지난 1일 서울 국기원 강당에 태권도 관장 및 사범 250여명이 모여들었다.오로지 한나라당 초선 의원 한 명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태권도계의 ‘공적’이 된 주인공은 바로 한나라당 경제위기극복 종합상황실의 김용태 의원.

발단은 전달 18일 김 의원이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부터다.그는 총 768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태권도 피아노 미술 등 예체능계 대졸 미취업자 1만6000명을 방과후 학교 교사로 채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수강생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태권도장과 피아노 미술 교습소 원장들이 일제히 항의하고 나섰다.그중 태권도계의 반발은 유별났다.경희대 경원대 한양대 한체대 용인대 등 동문별로,고수회 청지회 청태협 등 사설 단체별로 사분오열돼있던 태권도계가 하나가 될 정도였다.

A태권도장 관장은 “인성교육이나 애국심 고취 측면에서 태권도 사범들이 해온 역할이 있는데 갓 대학을 졸업한 이들에게 방과후 학교를 맡기다니 자존심 상한다”며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인 대형학원을 잡는게 아니고 왜 영세한 우리의 밥그릇을 건드리느냐”고 말했다.

방과후 학교 강화 정책을 서민대책의 일환으로 생각했던 김 의원은 뜻하지 않은 반발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보름동안 수십차례 태권도계와 만나며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시쳇말로 ‘개고생’을 했다”며 “예산을 108억원으로 당초(768억원)보다 줄이면서 예체능 방과후 학교는 태권도장이 없는 농어촌 지역 위주로 설치하기로 조정을 했다”고 밝혔다.

대신 태권도계는 낙후지역 사범 파견을 적극 돕기로 약속했다.김 의원은 “이해관계자들과 싸우고 타협하고 조정하기도 하면서 정치를 배워가는 것 같다”며 “이번엔 양보했지만 국영수 위주의 대형학원과의 싸움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