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은 미국 정부에서 극비리에 추진하는 '투명인간 프로젝트'에 참가한다. 고릴라 실험에 성공한 그는 국방부의 명령을 어기고 자신에게 약을 주사한다. 형체를 들키지 않음으로써 갖게 된 힘에 취한 그는 만행을 저지르다 공공의 적이 되고 급기야 동료들에 의해 살해된다.

영화 '할로우 맨'의 참혹하고 비극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남의 눈에 안띄는 투명 인간이 돼보고 싶다는 인간의 욕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세계 각국에서 '해리 포터'가 둘러쓰는 것같은 투명 망토 제작에 관한 연구가 끊이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최근 미국 라이스대학에서 개발한 내용은 한층 더 구체화된 듯하다. 사람은 가시광선을 통해 물체를 인식하는데 '나노컵'이란 메타물질을 사용,컵 안에 들어온 빛을 한쪽으로만 방출시키면 보는 사람 눈엔 반사광이 들어오지 않아 물체가 사라진 듯 여겨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해도 어렴풋한 윤곽은 남게 되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진짜 투명 망토 출현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마당이다. 투명인간이 되면 정말 좋은 걸까. 내 눈엔 보이지만 남의 눈엔 보이지 않음으로써 막강한 힘을 휘두르게 되는 소설이나 영화 속 투명인간처럼 현실에서도 그렇게 될까.

혹시 할로우 맨의 주인공처럼 보지 말아야 할 장면,듣지 말아야 할 얘기를 보고 듣게 됨으로써 견딜 수 없는 지경에 빠지는 건 아닐까. 투명 인간의 특징은 아무도 그 존재를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있어도 없는 사람 취급받는 경우 투명인간 같다는 말이 나온 것도 그런 까닭이다.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 대책으로 도입한 행정인턴 제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채 투명인간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근해봤자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옆에 있어도 상대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바람에 결국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4명 중 1명이 3개월도 안돼 포기했다고 할 정도다.

행정인턴을 맡은 부서에서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 책임 있는 일을 맡길 수도 없고,그렇다고 없는 일을 만들어줄 수도 없지 않느냐는 게 그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돈보다 사람 대우가 우선이다. 배정했으면 적절한 일로 경력을 쌓게 해줘야 한다. 투명인간처럼 존재감 없이 무시당하면 자칫 적대감만 키울 수 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