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미국에서 특허(출원+등록) 건수 1위 기업에 올랐다. 유럽에서는 3위를 차지하며 비유럽 국가 회사로는 유일하게 '톱10' 안에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2005년 당시 윤종용 부회장이 "미래에 먹고살 수 있는 길은 오직 기술 개발뿐"이라며 '특허 중시 경영'을 펼친 이래 전담 인력을 꾸준히 늘리며 특허 건수 확대에 힘쓰고 있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특허 출원 및 등록 건수가 7404건에 달하며 현지 회사들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6576건을 기록한 IBM이 차지했고,마이크로소프트(2931건) 도시바(2421건) 캐논(2019건) 이 3~5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지털TV,휴대폰,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주로 특허를 따냈다"며 "2005년 당시 250여명 수준이었던 특허 전담 인력이 현재는 550여명까지 늘어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의 재발견(reinventing the company)'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특허 건수를 살펴보는 것은 혁신 가능성을 판단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며 시장조사 업체인 톰슨로이터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지의 특허 건수를 비교,분석한 자료를 소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단순히 특허 출원 건수만 세는 것보다는 실제로 받아들여진 것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고,출원 회사의 국가에서보다는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특허를 얻었느냐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특허 '톱10' 안에 든 미국 기업이 3개 업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톰슨로이터는 "아시아 혁신 기업들로 미국 시장이 수혈되고 있다"며 "유럽이나 아시아 시장에서도 미국 기업이 특허 상위 10개사에 포함된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삼성전자가 1475건의 특허를 출원하거나 등록해 3위를 차지했다. 유럽 특허 1위는 지멘스(2753건),2위는 보쉬(2619건)였고 다임러(1250건) 르노(905건) 등이 각각 4,5위를 차지했다. 유럽 특허 상위 10개사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럽 회사들이었다.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는 특허 상위 10개사가 모두 자국 업체였다. 톰슨로이터는 "아시아 지역 회사들은 혁신과 관련한 재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자국 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가 국제특허에 대한 자체 분석을 바탕으로 계산한 '인구 대비 특허 건수'에서는 일본이 인구 100만명당 1200여개의 특허를 보유해 1위를 차지했다. 2위와 3위는 스위스(500여개),미국(350여개)이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