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슬로 시티(Slow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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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신속함을 선(善)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빨리빨리'가 일상을 지배하는 명제로 자리잡아버렸다. 그러다 보니 엘리베이터 '닫힘'버튼을 누르는 게 습관이 됐고 식당에서 음식이 조금만 늦게 나와도 재촉하기 일쑤다. 건널목에서는 보행자가 다 건너기도 전에 차들이 범퍼를 들이미는 것이 오늘의 세태다.
그러나 서두르다 보면 삶의 맛과 멋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기억이 까마득하고 얼굴 한번 보자는 친구 전화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다음에"라고 대답하는 각박함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사회학자들은 강력범죄가 들끓는 것을 여유의 상실이나 조급함과 관계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느리게 사는 도시,이른바 '슬로 시티(Slow City)'가 생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게다. 슬로 시티는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슬로시티국제연맹이란 민간단체가 심사를 거쳐 자격을 부여한 도시다.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는 세상에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 진짜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경남 하동군이 슬로 시티로 선정돼 오늘 선포식을 갖는다. 전남 신안군,담양군,장흥군,완도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다섯 번째다. 현재 세계 16개국 111개 도시가 슬로 시티로 지정돼 있다. 심사 조건은 꽤 까다롭다. 인구 5만명 이하의 지역에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고,지역 주민의 전통 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강해야 한다. 유기농법에 의한 지역 특산물이 있어야 하는 것도 조건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느리게 살기 예찬론자'인 쓰지 신이치는 '슬로 라이프'라는 저서에서 느긋한 삶을 위한 키워드의 하나로 놀이를 제시한다. 아이들이 단순한 장난에도 까르르 웃고 친한 친구들끼리 몇 시간씩 얘기를 나눠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란다. 목적 없이도 행복한 것이 놀이의 진정한 가치라면 삶도 궁극적으로는 놀이를 닮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인간 게놈 지도를 완성한 크레이거 벤터가 어려서 부모에게 가장 자주 들은 말도 "나가 놀아라"였다.
바쁘게만 살다 보면 진짜 소중한 것을 잊기 쉽다. 가끔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한적한 곳을 찾아가 '느림'에 몸과 마음을 맡겨 볼 일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그러나 서두르다 보면 삶의 맛과 멋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기억이 까마득하고 얼굴 한번 보자는 친구 전화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다음에"라고 대답하는 각박함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사회학자들은 강력범죄가 들끓는 것을 여유의 상실이나 조급함과 관계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느리게 사는 도시,이른바 '슬로 시티(Slow City)'가 생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게다. 슬로 시티는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슬로시티국제연맹이란 민간단체가 심사를 거쳐 자격을 부여한 도시다.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는 세상에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 진짜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경남 하동군이 슬로 시티로 선정돼 오늘 선포식을 갖는다. 전남 신안군,담양군,장흥군,완도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다섯 번째다. 현재 세계 16개국 111개 도시가 슬로 시티로 지정돼 있다. 심사 조건은 꽤 까다롭다. 인구 5만명 이하의 지역에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고,지역 주민의 전통 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강해야 한다. 유기농법에 의한 지역 특산물이 있어야 하는 것도 조건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느리게 살기 예찬론자'인 쓰지 신이치는 '슬로 라이프'라는 저서에서 느긋한 삶을 위한 키워드의 하나로 놀이를 제시한다. 아이들이 단순한 장난에도 까르르 웃고 친한 친구들끼리 몇 시간씩 얘기를 나눠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란다. 목적 없이도 행복한 것이 놀이의 진정한 가치라면 삶도 궁극적으로는 놀이를 닮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인간 게놈 지도를 완성한 크레이거 벤터가 어려서 부모에게 가장 자주 들은 말도 "나가 놀아라"였다.
바쁘게만 살다 보면 진짜 소중한 것을 잊기 쉽다. 가끔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한적한 곳을 찾아가 '느림'에 몸과 마음을 맡겨 볼 일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