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사업 하도급대금 '직불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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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하도급업체에 어음결제 등 불공정 관행 봉쇄"
업계 "공사지연·하청업체 자금난 심해질 것" 반발
업계 "공사지연·하청업체 자금난 심해질 것" 반발
정부가 건설회사들이 하도급대금을 어음으로 주거나 현금으로 지급하더라도 늦게 주는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국가재정법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을 곧 국회에 내기로 해 건설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14일 건설경기 침체에다 업계의 오래된 불공정 행위로 중소 하청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관행을 원천적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우선적으로 정부 및 공공기관의 모든 발주공사에 대해 계약을 따낸 건설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직불제'를 마련 중이다. 공공건설은 연 32조원 정도다. 관련 법은 국가재정법 외에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지방재정법' '지방공기업법' 등 4개다.
◆하도급 실태 어떻기에
정부가 꼽는 대표적인 문제는 건설사의 대금 결제 불이행이다. K건설사는 지난해 모 광역시 오수정화조 사업을 수주한 후 B업체에 하도급을 주면서 현금을 한푼도 지급하지 않고 대신 90일짜리 어음을 줬다. B업체는 어음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비싼 이자를 물고 돈을 빌려 공사를 진행하다 K건설사가 어음 결제를 계속 미루자 이자만 물고 공사를 중도 포기했다. J건설사의 경우 S공사에서 지난해 초 공공임대 아파트 건립 수주를 따낸 후 아파트 단지 조성을 H업체에 하청했다. J건설사는 대금 지급을 두 달간 미루다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로 결제를 대신했다.
현행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애초에 사업을 따낸 원도급자는 하도급자에게 하청을 맡길 경우 계약일로부터 15일 이내에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토록 의무화돼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이런 법률을 번번이 무시하고 있다. 게다가 하청업체들의 신고를 통해서야 외부로 알려질 뿐이다.
◆정부 방침과 건설업계의 힘겨루기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 '하도급 대금 지급확인제도'에 이어 3월 초에는 하도급 대금 지급이 지연될 경우 처벌 조항을 강화하고,예외적인 경우 직불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매번 건설사들이 과징금을 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피해가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법률 개정을 통해 이 같은 불공정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방침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각 부처에서 책임지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바로잡을 것"이라며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부 방침에 대해 대형 건설사들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불제가 도입되면 하청업체들이 공사를 재도급해준 현장 근로자들이나 자재 · 장비업체들에 노임 및 공사비를 제때 지급했는지 여부를 정부가 직접 관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현장 기능인력이나 자재 · 장비업자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 지연과 함께 하청업체들의 자금난이 되레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설계변경 사유가 발생할 경우 지금은 원도급업체 부담으로 선(先)시공 후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정산하지만,직불제가 도입되면 설계변경(공사금액 조정)이 끝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실장은 "지난달 국토부의 하도급 대금 지연실태 조사 결과 대금지급 기한 위반 등의 위법행위를 한 원도급업체는 전체의 3.8%에 불과한 데도 이를 막기 위해 공사대금 직불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건설사들에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정종태/강황식 기자 jtchung@hankyung.com
기획재정부는 14일 건설경기 침체에다 업계의 오래된 불공정 행위로 중소 하청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관행을 원천적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우선적으로 정부 및 공공기관의 모든 발주공사에 대해 계약을 따낸 건설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직불제'를 마련 중이다. 공공건설은 연 32조원 정도다. 관련 법은 국가재정법 외에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지방재정법' '지방공기업법' 등 4개다.
◆하도급 실태 어떻기에
정부가 꼽는 대표적인 문제는 건설사의 대금 결제 불이행이다. K건설사는 지난해 모 광역시 오수정화조 사업을 수주한 후 B업체에 하도급을 주면서 현금을 한푼도 지급하지 않고 대신 90일짜리 어음을 줬다. B업체는 어음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비싼 이자를 물고 돈을 빌려 공사를 진행하다 K건설사가 어음 결제를 계속 미루자 이자만 물고 공사를 중도 포기했다. J건설사의 경우 S공사에서 지난해 초 공공임대 아파트 건립 수주를 따낸 후 아파트 단지 조성을 H업체에 하청했다. J건설사는 대금 지급을 두 달간 미루다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로 결제를 대신했다.
현행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애초에 사업을 따낸 원도급자는 하도급자에게 하청을 맡길 경우 계약일로부터 15일 이내에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토록 의무화돼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이런 법률을 번번이 무시하고 있다. 게다가 하청업체들의 신고를 통해서야 외부로 알려질 뿐이다.
◆정부 방침과 건설업계의 힘겨루기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 '하도급 대금 지급확인제도'에 이어 3월 초에는 하도급 대금 지급이 지연될 경우 처벌 조항을 강화하고,예외적인 경우 직불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매번 건설사들이 과징금을 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피해가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법률 개정을 통해 이 같은 불공정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방침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각 부처에서 책임지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바로잡을 것"이라며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부 방침에 대해 대형 건설사들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불제가 도입되면 하청업체들이 공사를 재도급해준 현장 근로자들이나 자재 · 장비업체들에 노임 및 공사비를 제때 지급했는지 여부를 정부가 직접 관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현장 기능인력이나 자재 · 장비업자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 지연과 함께 하청업체들의 자금난이 되레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설계변경 사유가 발생할 경우 지금은 원도급업체 부담으로 선(先)시공 후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정산하지만,직불제가 도입되면 설계변경(공사금액 조정)이 끝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실장은 "지난달 국토부의 하도급 대금 지연실태 조사 결과 대금지급 기한 위반 등의 위법행위를 한 원도급업체는 전체의 3.8%에 불과한 데도 이를 막기 위해 공사대금 직불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건설사들에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정종태/강황식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