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농업에도 뛰어든다. 현대중공업은 여의도 넓이의 33배(1만㏊에 이르는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러시아 영농법인을 인수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최근 조선사업 비중을 줄이며 태양광 등 신 · 재생 에너지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녹색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나선 것이다.

◆2012년 여의도 165배 식량기지로

현대중공업은 러시아 연해주에 있는 하롤 제르노 영농법인 지분 67.6%를 뉴질랜드인 소유주로부터 65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대규모 식량기지를 물색하고 나선 지 1년6개월 만이다. 이 영농법인은 러시아 연해주의 주도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차로 약 2시간30분(170㎞) 거리에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까지 4만㏊의 농지를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이 농장에서 최대 연간 6만t의 사료용 옥수수와 식용 콩을 생산,국내외에 판매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농장 인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강조한 해외 식량기지 확보 정책에도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연해주에서 영그는 정주영 회장의 꿈

이번 연해주 식량기지 확보 사업을 주도한 양봉진 현대중공업 재무 · 자원개발 총괄 전무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 방북의 출발점으로 삼았던 서산농장이 이번 연해주 농장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농업에 대한 애정을 갖고 국내 최초의 대규모 영농기업을 일궈낸 창업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서산농장은 고 정 명예회장이 국토 확장과 식량안보에 기여하기 위해 중동에서 사용했던 건설장비들을 가져와 1984년 태안과 서산 앞바다를 메워 일궈낸 땅이다. 서산농장은 국내 쌀 생산량의 1%인 4300만㎏을 생산하며 소도 사육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연해주 농장도 서산농장과 마찬가지로 국내 곡물생산 자립률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축산농가가 겪고 있는 사료 수급 불안정 및 급격한 가격변동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전무는 "연해주 농장은 토지의 산성도에 다소 문제가 있지만,전체 농지의 3분의 1만 경작하는 친환경 윤작농법을 채택해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녹색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현대중공업은 최근 조선 사업부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45%에 이르는 조선 사업부문 비중을 향후 30%까지 줄이고 신 · 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태양광 발전 사업을 위한 투자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충북 음성군 소이공업단지에 태양전지 생산공장을 완공했고,KCC와 공동으로 태양광 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지난 2월에는 전북 군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장 설립에 착수했다. 광산 등 원자재 확보를 위한 자원개발 사업에도 시동을 걸었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녹색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청정개발체제(CDM)사업 및 해외 조림 사업 등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양 전무는 "남미 등에서 CDM 사업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북한이나 국내외에서 조림사업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