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 존 챔버스 회장은 14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이명박 대통령과 한 시간 동안 면담을 갖고 5년에 걸친 투자 계획을 소개했다.

정확한 투자 내용과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U시티 개발과 연구 · 개발(R&D)분야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U시티는 어느 곳에서나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디지털 기기를 쓸 수 있는 미래형 도시다. 이와 관련,챔버스 회장은 15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과 U시티 사업을 위한 포괄적 기술 제휴 계약을 맺는다.

시스코가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한국 정부의 그린 IT에 대한 강한 의지와 뛰어난 IT 인프라,고급 인력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챔버스 회장은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선 IT 인프라와 고급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녹색성장 전략은 세계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 비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도 했다. 5년간 20억달러를 투자해 저탄소 도시 개발 등 친환경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시스코의 녹색기술은 한국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녹색성장비전과 상당부분 일치한다"며 투자결정을 지원할 것임을 내비쳤다.

챔버스 회장은 앞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만나 한국에 건립되는 연구소는 R&D센터가 아니라 종합혁신연구소라고 표현했다.

시스코는 또 한국에서 R&D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 추진 중인 송도 신도시를 전 세계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 모델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글로벌 U시티 신사업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984년 미국에서 설립된 시스코는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3분의 2를 석권한 기업.2000년부터 국내 주요 기간통신사업자 등에 6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왔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 챔버스 회장은 95년 취임이후 시스코 30배이상 키워

1948년생으로 미국 인디애나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 시스코시스템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1995년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취임 이후 시스코시스템스를 30배 이상 성장시켰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저탄소 도시개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세계 주요 도시(서울 포함)의 친환경 도시 개발도 이끌고 있다.

이날 청와대 면담에서는 2000년 초 시스코가 경제적 위기에 처했을 당시 챔버스 회장이 3년간 단돈 1달러에 연봉계약을 한 사연이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