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터넷 중고차업체인 SK엔카의 정형기 클린엔카팀장(40 · 사진)은 '허위 매물 킬러'로 통한다. 2007년 11월 중고차 허위 매물 퇴치를 위해 클린엔카팀을 설립한 실무 주역으로 작년 초 10명의 팀원과 본격 활동에 나선 뒤 SK엔카에 등록된 허위 매물을 대폭 줄여놨기 때문이다.

허위 매물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치 좋은 차를 헐값에 파는 것처럼 속이는 거짓 중고차로 각 업체들은 이런 행위를 일삼는 딜러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클린엔카팀은 지금까지 약 16만건의 허위 매물을 적발,사이트에서 삭제했다. 상습적인 허위 매물 등록 딜러 2000여명은 '5진 아웃제'를 통해 아예 영구 퇴출시켰다.

정 팀장은 허위 매물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로 잘못된 판매 관행을 들었다. "대부분의 국내 중고차 매매는 다른 딜러가 보유한 차량을 여러 중개 딜러들이 수수료를 받고 대신 팔아주는 방식이에요. 이런 관행은 무자격 딜러들인 이른바 '떠방'들이 활동하는 기반이 됩니다. 자기가 보유한 중고차가 없어도 인터넷 등에 허위 매물을 올려놓고 고객을 유인한 뒤 다른 딜러의 차를 팔아 수수료를 챙기는 거죠."

떠방들이 인터넷에 올려 놓는 허위 매물을 잡아내는 노하우는 뭘까? 정 팀장은 "날마다 접수되는 소비자 전화 및 이메일 신고와 사이트 감시를 통해 의심 차량을 고른 뒤 사전 및 사후 점검을 하면 어지간한 허위 매물은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 점검에선 SK엔카가 업무 제휴를 맺은 보험개발원 전산시스템을 활용,해당 차량의 등록번호 · 연식 · 사양 등의 정보가 정확한지를 확인한다. 이후 허위 매물일 가능성이 큰 차량은 자동차 등록 원부 조회,다른 중고차 사이트 조회 등 사후 점검을 통해 차량의 실존 여부를 판단한다. 정 팀장은 "경우에 따라서는 클린엔카 팀원들이 고객으로 가장해 딜러를 직접 찾아가는 '미스테리 쇼핑' 기법을 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정 팀장은 허위 매물을 통한 떠방들의 전형적인 매매 수법도 소개했다. 인터넷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중고차를 보기 위해 매매단지를 찾았을 때 애초의 딜러와 다른 딜러가 나온다면 대부분 허위 매물로 간주해야 한다고 전했다. 같은 딜러가 나오더라도 '알고 보니 그 차가 압류 차량 또는 사고 차량이더라''방금 다른 고객이 그 차를 사갔다'는 등의 핑계를 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 팀장은 인터넷 중고차 구매시 몇 가지만 주의하면 허위 매물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맘에 든 중고차가 있으면 딜러와 만나기 전에 차량등록증 · 성능점검기록부 외에 '중고자동차 제시신고서'를 반드시 팩스로 받아보라고 했다. 중고자동차 제시신고서는 원소유주의 딜러가 아니면 보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허위매물 근절을 위해 소비자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고차를 살 때 '비정상적으로 값이 싸면서 질좋은 차는 절대로 없다'는 말을 유념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좋은 중고차를 적당한 가격에 사겠다'는 맘을 가져야만 허위 매물이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