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개봉되는 로맨틱 코미디영화 '7급공무원'(감독 신태라)이 봄 극장가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국가정보원에 근무하는 탓에 서로의 신분을 숨긴 채 작전을 전개하는 커플 얘기가 관객들에게 시종 웃음을 이끌어낸다. 시사회를 본 영화전문가들은 '과속스캔들'의 성공DNA를 닮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그녀를 믿지 마세요''청춘만화''6년째 연애중' 등 일련의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톱스타로 발돋움한 김하늘(31)이 신참 요원인 남친(강지환)을 리드해 가는 베테랑 요원 수진 역을 맡았다. 15일 서울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완성작이 시나리오보다 더 재미있어요. 촬영 현장 분위기가 좋아 애드리브를 잘 살려냈거든요. 억지 표정과 행동이 아니라 자연스런 연기와 재미있는 상황으로 웃음을 줍니다. 누군가 김하늘이니까 저 배역을 소화했다고 칭찬해 줬는데,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한국 영화계에서 여배우로서 상대 남자배우를 리드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하고요. "

그녀는 전작들에서도 권상우와 강동원 등 톱스타의 연인으로 티격태격 싸우면서 관계를 주도했다. 출연작 장르를 옮겨가며 변신을 시도한 게 아니라 동일한 장르에서 갈수록 화려하고 섹시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수진처럼 '남친'에게 죽어지내지 않고 불끈 성질을 내는,자기 주장이 강한 캐릭터를 좋아해요. 그렇다고 항상 이기는 게 아니라 한방씩 주고받을 때 더 재미있잖아요. 요즘 한국 영화에는 강한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는 데,이런 변화의 중심에 제 자신이 자리하고 싶어요. "

김하늘은 신인시절 '해피투게더''비밀' 등에서 지고지순한 캐릭터를 맡았지만 2002년 히트작 '동갑내기~'를 기점으로 활동하는 여성 역으로 바뀌었다. 화보 촬영에서도 치마 길이는 점점 짧아졌고,맨살은 더 많이 노출됐다.

"예전에는 화보 촬영을 의무방어 정도로 여겼지만 이제는 좁은 공간에서 내 자신을 재발견하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코미디 영화에 자주 출연하다보니 생각도 점점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해가나봐요. "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대사뿐 아니라 여성성을 극대화한 액션으로 웃음을 이끌어낸다. 가령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제트스키를 타고 범인들을 추적하고,임산부로 변장한 채 달려가는 액션을 펼친다. 아슬아슬한 모습이 스릴을 배가시킬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코미디다.

"극적으로 위장하니 웃음도 커지는 거죠.'저런 식의 액션도 있구나'란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와이어와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고 현실적인 액션을 유쾌하게 보이도록 했어요. 대신 제트스키 · 말 · 펜싱 · 활 등 도구를 사용해 볼거리를 늘렸어요. "

좋은 장면을 만들려다보니 승마 연습 중 나무에 무릎을 부딪혀 한 달간 고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말을 타고 좁은 숲길을 지나가는 데,말이 자신만 빠져나갈 생각만 하고 등에 탄 그녀를 고려하지 않더라며 깔깔 웃었다.

"여배우로 서른을 넘겼지만 오히려 걱정이 줄고 편안해졌어요. 좋은 것을 크게 확대해 생각하니까 나쁜 걱정은 오히려 줄더군요. "

상대역 강지환과의 연애설이 불거졌을 때에도 예전에는 발끈했지만 이제는 서로 간에 '푸하'란 문자도 주고 받을 정도로 즐기게 됐다고.결혼 계획은 좀더 멀리 잡고 있지만 아기 생각을 하면 약간 걱정이 들기도 한다고.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