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 공개 결과 평준화 지역 내에서도 학교 간 점수 차이가 뚜렷하고 특목고가 있는 지역 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능 성적 분석 결과 1~4등급 비율이 높은 상위 20곳의 시 · 군 · 구 가운데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가 있는 지역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전국적으로 특목고와 자사고가 55개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들 학교 학생들이 지역의 수능 성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전남 장성과 경남 거창의 경우 특목고는 없지만 장성고와 거창고 · 거창대성고가 '기숙형 자율고'로 운영되며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이들 지역의 성과가 눈에 띄게 높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고교 다양화와 자율화로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공립고의 경우 기숙형 공립고,사립고에서는 자율형 사립고,전문계 고교에서는 마이스터고 등으로 다양화해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또 학교 · 지역 간 경쟁을 위해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조사로 처음 실시한 뒤 그 결과를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 수능 성적까지 처음으로 공개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고교선택제가 시행되면 수능 성적이 좋은 학교에 대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그러나 수능 성적 공개가 학교 서열화와 입시 경쟁 심화 등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1974년 이후 지속해온 평준화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