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해온 세계 국부펀드들이 최근 금융위기의 충격을 딛고 인수 · 합병(M&A) 시장을 중심으로 다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신화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14일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현금을 선호하는 소극적 투자로 돌아섰던 국부펀드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를 다시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국부펀드들은 금융위기로 미 금융주가 폭락한 2007년 이후 800억달러의 손실을 보면서 M&A 시장에서 사실상 발을 빼왔다.
돌아온 국부펀드…'고위험 투자' 재개
하지만 최근 중국과 중동 국가 국부펀드들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M&A 시장의 큰손으로 다시 복귀하고 있다. 특히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초점을 맞춘 투자를 재개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국부펀드는 지난달 23일 독일 자동차업체인 다임러의 지분 9.1%를 19억5000만유로(약 3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호주 3대 철광석회사인 포테스크메탈그룹(FMG) 지분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며,미국 AIG 산하 항공기리스업체 인수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제로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세계 증시가 25%가량 상승한 것도 국부펀드 투자 재개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국부펀드 관계자는 "국부펀드들은 지금까지 자금 회수와 재편 기간을 거쳤다"며 "비록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는 아직 판단하지 않지만 낚시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국부펀드들이 자국 경제의 전략적 이익에 투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와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는 현재 해외 석유 · 가스 탐사 및 생산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바레인 국부펀드인 뭄탈라카트의 탈랄 알 자인다 의장은 "원자재와 금융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미국과 유럽 및 아시아 기업의 지분 확보에 투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뭄탈라카트는 현재까지 투자의 98% 정도를 자국 기업에 집중해왔다.

국부펀드 연구기관인 소버린웰스펀드인스티튜트(SWFI)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세계 국부펀드 자산 규모는 총 3조5823억달러로,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가량 증가했다.

국부펀드 관계자들은 지난 2년여 동안 국부펀드가 힘든 시기를 겪었으나 시장은 계속 커지는 추세라면서 국부펀드의 재원이 몇 년 뒤 2~3배 정도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국부펀드 투자에 향후 인플레 위험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면서,전통적 투자 대상이 돼온 미 국채는 물론 그린 에너지 등 전략적 대상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아/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