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가 해외 신시장 개척을 위해 만든 '기러기팀'의 저인망식 영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영업 경험이 많은 차장,과장급 7명으로 구성된 기러기팀이 예멘 이집트 리비아 수단 케냐 브라질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시장을 새롭게 뚫으면서 중동 아프리카 등의 매출이 전년 대비 200% 넘게 급성장하는 추세다. 이집트 시장의 올 수출 예상액은 1500만달러로 전년 실적(600만달러)의 2.5배에 달한다.

기러기팀의 정식 명칭은 '신시장 개척 TFT(태스크포스팀)'.지난해 11월 조현식 부사장(한국지역본부장 겸 마케팅본부장)의 제안에 따라 사장 직속기구로 설치됐다. 한 달에 20일 넘게 해외를 떠돌며 밑바닥 훑기 영업을 벌이는 까닭에 가족과 생이별한 기러기아빠를 본떠 사내에서 '기러기팀'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조 부사장은 "애초 기대한 것보다 훨씬 성과가 좋다"며 "모든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이 감산 몸살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한 달에 하루 정도 공장을 돌릴 수 있는 물량을 이 팀에서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타이어 국내 공장의 하루 생산량은 최대 12만본(개)에 이른다.

팀 구성은 조 부사장의 부친 조양래 회장의 조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1970년대엔 가방 하나만 든 채 맨몸으로 부딪혀가며 새 시장을 열었는데,뭘 걱정하고 망설이느냐"는 조 회장의 말을 듣고 신시장 개척 방안을 놓고 고심하던 조 부사장이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기러기팀의 가장 고참 직원인 장연재 차장은 "처음엔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잘될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며 "시장조사 등 사전 준비에 시간이 걸렸지만 발로 뛰는 영업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충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을 쌓는 기회이고 회사로선 잠재력이 큰 시장을 선점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시장 개척에 탄력이 붙으면서 최근엔 신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출장을 떠나려는 직원을 만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을 만큼 기러기팀의 영업은 공격적이다. 예멘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발생했을 때 한 직원이 출장을 준비하다 신변 안전을 걱정한 회사 측의 막판 제지로 보류했다. 이 직원은 "신규 거래선 관리를 위해 출장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회사 측에 허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적극적인 영업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전략"이라며 "신시장개척팀의 활동은 고용 안정 및 장기적인 회사 성장을 위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