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공무원들은 대기업 직원 못지않게 부지런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고서와 씨름하고 새로운 정책과 서비스에 대해 연구한다. 하지만 공공부문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공무원 조직 자체가 혁신적이지 못해서일까. 공무원들은 손사래를 친다. 눈을 뜨면 하는 일이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이고 행정 절차를 단순화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그렇다면 공공부문 경쟁력의 딜레마는 왜 생기는 걸까.

정종섭 웨슬리퀘스트 대표는 '공공부문 개혁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키워드로 '경험'과 '참여'를 꼽았다. 그는 "공공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는 혁신은 대부분 공급자 관점에서 이뤄진다"며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경험을 토대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정부의 행정 프로세스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혁신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 대표는 공공부문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나이키를 들었다. 이전의 나이키는 조깅을 즐기는 소비자를 딱 두 번 만나는데 그쳤다. 어떤 제품이 나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마케팅 때와 제품을 판매하는 단계에서였다. 고객이 뭘 원하는지를 아는 게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의 경험'을 중심으로 사고를 바꾸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고객들과의 접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깅을 하는 고객들의 경험을 분석한 끝에 조깅용 음악과 코스를 제공하고 달린 거리와 시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달리는 방법을 공유하고 조깅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포털 사이트도 열었다.

공공부문에도 '경험'과 '참여'를 키워드로 삼아 혁신을 추구한 사례가 있다. 영국 르위셤시는 시민 참여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문제가 있는 지역의 사진과 자신이 희망하는 개선 방향을 사이트에 올리게 한 것.민원이 어떻게 해결됐는지는 문제가 드러난 사진 옆에 개선 후 사진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 대표는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어야 공공부문의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