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출간

정조는 할아버지 손에 아버지를 잃었으며 연산군 또한 어머니가 폐비되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역사의 성군으로 남아있고 또 한 사람은 폭군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두 사람의 인생에 차이를 가져온 것은 그들의 성격이었다.

심리학자 김태형 씨는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역사의아침 펴냄)에서 칼 융의 심리적 유형이론에 기초한 '성격이론'을 바탕으로 모두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겪었지만, 결말은 달랐던 두 사람의 성격을 분석한다.

저자는 사람의 성격을 내향(I)-외향(E), 감각(S)-직관(N), 감정(F)-사고(T), 실천(J)-인식(P)이라는 네 쌍의 조합으로 분류하는 성격이론을 토대로 두 사람의 성격특성과 행동양식을 분석하며 이들의 성격 특성이 각자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한다.

정조는 내향적이고 이성을 중시하는 실천적 인물로 '전략가'(INTJ)형으로 분류된다.

정조는 밖에 나가서 움직이기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독서를 즐겼으며 지적이고 자신감이 넘쳤다.

또 말을 할 때는 거침이 없었고 다변가였지만 표정이나 언어로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않았던 것도 전략가 형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정조의 어찰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호로자식'이란 표현이나 심환지를 일컬어 '생각 없는 늙은이'라는 식의 거침없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저자는 정조가 다혈질이어서가 아니라 마음속에 한이 많은 사고형(T)이므로 언어나 글을 통해 표현되는 타인에 대한 평이 일반인들보다 상당히 냉정하고 신랄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또 정조는 남의 기분에 민감해하는 감정형(F)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남들에 대해 완곡하게 비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것.
반면 외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 기복이 심했던 연산군은 '어린아이'(ENFP)형 인물로 분류된다.

사냥을 무척이나 즐겼던 데서 연산군의 외향적 성격을 볼 수 있다.

또 연산군은 내향형들이 선호하는 독서에는 별 취미가 없어서 사헌부에서는 그를 두고 "즉위하고서 6년간에 아직도 강목 한 권을 다 읽지 못했다"라고 하기도 했다.

연산군은 또 감정이나 언어 표현이 풍부하고 감정 기복이 심했다.

잔치판이 벌어지면 스스로 북을 치며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저자는 이는 외향감정형의 반대인 내향사고형(IT)이라면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라며 아무리 흥이 나더라도 전략가인 정조나 율곡 이이는 하지 않았을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어린아이형'은 왕이나 지도자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으며 예술가나 연예인 등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성격 특성"이라며 "만일 연산군이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연예계를 주름잡는 스타나 뛰어난 예술가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조선시대에, 그것도 왕의 후계자로 태어난 것 자체가 불행의 씨앗"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이이와 허균의 성격 분석 내용도 들어 있다.

이이는 정조와 같은 '전략가'(INTJ)형, 허균은 '지도자'(ENFJ)형으로 분류된다.

380쪽.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