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작 007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가 사막에서 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정답은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스포츠다.

최신 007 시리즈 '퀀텀 오브 솔러스'에선 주인공 본드가 이 차를 몰면서 모래사막을 가로지르는 장면이 나온다. 본드의 거친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게 이 모델이란 평가를 받았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SUV 분야 선두 업체인 랜드로버가 2005년 선보인 모델이다. 대표 모델인 레인지로버의 라인업을 완성시켜 준 도심형 럭셔리 SUV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험로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4.4ℓ 8기통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300마력과 최대토크 43.3㎏ · m의 힘을 냈다. 웬만한 중형차의 두 배 수준이다.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8.9초에 불과하다.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는데,일반 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모두 지원한다.

하지만 이 차의 진가는 도심 주행 때 발휘됐다. 랜드로버가 작심하고 온로드(포장도로 주행) 기능을 강화한 결과다. 민첩한 주행을 위해 축거(앞뒤 바퀴 간 거리)를 기존 모델보다 아예 14㎝ 줄였다.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했고,고속 주행 때 차량 높이를 낮춰 안정성을 더하는 시스템을 장착했다.

노면 상태에 맞춰 차량 높낮이 등을 최적화하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을 기본으로 채택했다. 돌길과 빗길,눈길,모래 등 상황에 맞게 운전석 옆 작은 다이얼을 돌리면 적합한 주행 방식을 스스로 찾는다. 급경사에서도 버튼 하나만 누르면 별도 제동 과정 없이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내리막길 주행 시스템도 있다.

운전석에 앉으니 시야가 탁 트였다. 높은 시트 위치뿐만 아니라 앞유리 경사를 종전 모델보다 완화한 것도 한몫했다. 가죽과 원목으로 마무리한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하만카돈 7.1 오디오 시스템을 달았다. 승차 인원은 5명이다. 짐 칸이 크기 때문에 작은 이삿짐도 옮길 만했다. 다만 고성능 SUV여서 공인 연비가 ℓ당 6㎞에 불과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