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원자력회사 사장 밝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 성명 채택에 반발해 `경수로 자체 건설'을 언급한 것과 관련, 러시아 국영 원자력 회사가 이 문제에 대해 북한과 협상을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15일 이타르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국영 원자력회사인 `로스아톰'의 세르게이 키리옌코 사장은 이날 열린 원자력 발전회의에서 "우리는 경수로를 자신들의 힘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북한과 그 어떤 협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우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이 아니거나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맺지 않은 나라들과는 그 어떤 회의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동이 중단된 북한 영변 원자로는 우라늄-235(U-235)가 0.7% 정도 들어 있는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고 사용 후 핵연료에서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흑연감속로다.

경수로의 경우 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은 흑연감속로보다 어렵지만, 연료로 우라늄-235가 2~3% 들어 있는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 생산을 이유로 우라늄 농축기술 확보에 나설 수 있다.

천연우라늄이나 농도 2~3%의 저농축 우라늄은 핵무기에 사용할 수 없지만, 우라늄 농도를 2~3%로 높이는 기술을 확보하면 우라늄 농도 90% 이상의 무기급 고농축우라늄도 생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라늄 농축 기술은 국제적으로 엄격히 통제되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을 추진해온 이란이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는 것도 바로 우라늄 농축 기술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는 전 세계 저농축 우라늄 시장의 3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한국도 전체 저농축 우라늄의 30%를 러시아로부터 사들이고 있다.

러시아는 원자력공급국가그룹(NSG) 회원국으로 수요 국가에 우라늄 원료를 주고 싶어도 상대국이 IAEA 회원국이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한 우라늄을 제공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수로 자체 건설'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전기가 목적이 아니라 우라늄 농축 기술을 확보하거나 이를 대외 협상용 카드로 사용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자체 경수로 발전소를 건설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재가동 선언과 관련해 IAEA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 소식통은 이날 이타르 타스에 "이 문제와 관련된 언론 보도 내용을 검토 중이며 우리는 모든 이해 당사국과 관련 기구 특히 IAEA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안보리 의장 성명 채택에 반발, 영변 핵 불능화 작업에 관여하는 핵 불능화 검증요원들에 대한 추방령을 내리고, 모든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했고 IAEA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