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장과 진보,가는 길이 다르다는 편견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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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친화형 진보
진 스펄링 지음|홍종학 옮김|미들하우스|520쪽|2만2000원
진 스펄링 지음|홍종학 옮김|미들하우스|520쪽|2만2000원
'민주당의 핵심 과제는 어설픈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담한 정책으로 부의 창출을 확산시키고 기업가 정신과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철저한 사전 준비로 리스크에 대비),소상공업 창업을 장려하는 것이다. '
클린터노믹스의 설계자였던 진 스펄링 전 백악관 경제보좌관이 신간 《성장 친화형 진보》에서 밝힌 오바마노믹스의 방향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 오바마의 경제 고문으로 일했고 현재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그는 이 책에서 '시장의 힘을 존중하면서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공공 정책을 디자인하며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클린턴이 집권하기 전 미국은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가 주도하는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을 바탕으로 12년간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걸프전의 과다한 전비 사용과 감세를 앞세운 공급주의 경제 실패로 불황에 허덕였다.
이때 클린턴이 '문제는 경제야,바보야(It's the Economy,Stupid)'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미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 당시 경제 전략을 수립하고 진두 지휘한 인물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진 스펄링이다. 전통적으로 보수는 성장,진보는 분배를 중시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그는 '특권 세력과 싸우고 투쟁하는 소리만 들린다면 대중은 아마 진보주의와 민주당이 부의 축적을 방해한다고 오해할 것'이라며 '모두가 잘 살도록 돕는 역할'을 강조한다.
레이거노믹스는 감세와 규제 완화,노동 유연성,작은 정부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면 물이 넘쳐 흐르듯 아래로 분배되는 적하 효과(trickle-downeffect)를 주장했다. 그러나 감세는 재정 적자를 불렀고 규제 완화는 기업 집중,노동 유연성 확대는 비정규직과 실업자 증가로 귀결됐다.
반면 진보 진영이 생각하는 성장은 '밀물이 들면 모든 배가 다 뜬다'(존 F 케네디 대통령)는 것이다. 시장의 자율과 공공 정책이 조화를 이룰 때 '함께하는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저자는 이것을 '시장의 힘을 존중하면서 모든 배를 다 띄울 수 있도록 공공 정책을 강화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여기에 필요한 조치는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정책과 일자리 창출 정책,국민의 소득을 높여 주는 복지 정책이다. 예를 들어 취학 이전 아동 모두에 대한 선행학습 기회 제공과 저소득층 자녀의 방과 후 교실 및 장학금 지급 확대,실직자들을 재배치할 평생교육 시스템 확립,기초과학 육성을 바탕으로 한 연구개발 지원 확대 등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학생에게 학자금을 융자해 주는 것은 누구에게나 교육 기회를 주는 중요한 장치인 것 같지만 이는 대학 졸업자들의 상당수를 신용 불량자로 만들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들이 신용 불량자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정부의 복지 기금은 더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정부가 소득에 따라 상환금을 달리하는 장기 대출을 해 주는 것이 낫다.
또 노후 저축을 못 하는 저소득층이 근로 능력을 잃으면 정부의 지원으로 살아가야 하는데,정부가 미리 보조금을 지급해 노후연금에 가입하도록 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저소득 가구가 667달러를 저축하면 정부가 1333달러를 보조해 매년 2000달러씩 연금을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노동자들이 평생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직위나 직종으로 옮겨 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 계좌'를 개설해 10년 기간에 원하는 교육을 받으면 50%의 세액 공제를 해 주는 방안도 눈길을 끈다.
책을 번역한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책이 제시한 진보개혁적 정책들은 우리나라에도 유용하므로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클린터노믹스의 설계자였던 진 스펄링 전 백악관 경제보좌관이 신간 《성장 친화형 진보》에서 밝힌 오바마노믹스의 방향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 오바마의 경제 고문으로 일했고 현재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그는 이 책에서 '시장의 힘을 존중하면서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공공 정책을 디자인하며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클린턴이 집권하기 전 미국은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가 주도하는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을 바탕으로 12년간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걸프전의 과다한 전비 사용과 감세를 앞세운 공급주의 경제 실패로 불황에 허덕였다.
이때 클린턴이 '문제는 경제야,바보야(It's the Economy,Stupid)'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미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 당시 경제 전략을 수립하고 진두 지휘한 인물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진 스펄링이다. 전통적으로 보수는 성장,진보는 분배를 중시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그는 '특권 세력과 싸우고 투쟁하는 소리만 들린다면 대중은 아마 진보주의와 민주당이 부의 축적을 방해한다고 오해할 것'이라며 '모두가 잘 살도록 돕는 역할'을 강조한다.
레이거노믹스는 감세와 규제 완화,노동 유연성,작은 정부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면 물이 넘쳐 흐르듯 아래로 분배되는 적하 효과(trickle-downeffect)를 주장했다. 그러나 감세는 재정 적자를 불렀고 규제 완화는 기업 집중,노동 유연성 확대는 비정규직과 실업자 증가로 귀결됐다.
반면 진보 진영이 생각하는 성장은 '밀물이 들면 모든 배가 다 뜬다'(존 F 케네디 대통령)는 것이다. 시장의 자율과 공공 정책이 조화를 이룰 때 '함께하는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저자는 이것을 '시장의 힘을 존중하면서 모든 배를 다 띄울 수 있도록 공공 정책을 강화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여기에 필요한 조치는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정책과 일자리 창출 정책,국민의 소득을 높여 주는 복지 정책이다. 예를 들어 취학 이전 아동 모두에 대한 선행학습 기회 제공과 저소득층 자녀의 방과 후 교실 및 장학금 지급 확대,실직자들을 재배치할 평생교육 시스템 확립,기초과학 육성을 바탕으로 한 연구개발 지원 확대 등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학생에게 학자금을 융자해 주는 것은 누구에게나 교육 기회를 주는 중요한 장치인 것 같지만 이는 대학 졸업자들의 상당수를 신용 불량자로 만들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들이 신용 불량자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정부의 복지 기금은 더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정부가 소득에 따라 상환금을 달리하는 장기 대출을 해 주는 것이 낫다.
또 노후 저축을 못 하는 저소득층이 근로 능력을 잃으면 정부의 지원으로 살아가야 하는데,정부가 미리 보조금을 지급해 노후연금에 가입하도록 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저소득 가구가 667달러를 저축하면 정부가 1333달러를 보조해 매년 2000달러씩 연금을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노동자들이 평생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직위나 직종으로 옮겨 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 계좌'를 개설해 10년 기간에 원하는 교육을 받으면 50%의 세액 공제를 해 주는 방안도 눈길을 끈다.
책을 번역한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책이 제시한 진보개혁적 정책들은 우리나라에도 유용하므로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