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닝복 차림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노란색 비닐봉지를 들고 정원을 나선다. 로라 여사는 현관문에서 이를 지켜보며 미소짓고 있다. 며칠 전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한 컷의 사진.영락없는 이웃집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다. 지난 1월 8년간의 임기를 마친 뒤 고향 텍사스로 돌아온 부시 전 대통령 부부.이웃의 저녁식사 초대에 응하는 등 보통시민으로 살고 있다. 정원 스프링클러와 커튼을 교체한 일이 식사자리의 화제였다고.

부시 전 대통령은 요즘 자서전 집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주일에 한 차례 외부 강연도 다닌다. 3억달러 규모의 대통령센터 설립을 위한 기금 마련 때문이다. 미국민 3분의 2가 그의 업적을 혹평하는 등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인기가 없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그래도 3분의 1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국내 언론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안 얘기가 하루가 멀다하고 대서특필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정원을 거니는 모습과 함께.퇴임 후 고향에 정착한 것은 부시 전 대통령과 꼭 닮았지만 그 이후 이야기는 180도 달라 씁쓸한 마음뿐이다.

김수찬 오피니언부장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