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전기가 마련됐다는 게 중요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런던에서 만나 녹색경제 구축을 위한 중요한 약속을 했을 뿐 아니라 오는 12월 코펜하겐에서 전 세계적인 타협을 이루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G20는 경제 정상회의였지만 환경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다는 원칙에서 이 같은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녹색경제 구축을 경제회복의 6대 핵심 실행과제 중 하나로 설정한 코뮈니케에도 잘 나타나 있다. 참가국들은'복원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녹색 경제회복을 위해 경제회생 촉진 프로그램 자금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가 이뤄지는데 한국 대표단은 사실상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은 이미'녹색뉴딜'정책을 통해 저탄소 성장을 경제회생 정책의 핵심 요소로 삼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런던에서 고든 브라운 총리와 힐러리 벤 환경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이러한 비전을 제시했다.

저탄소 경제는 10년 내지 20년 후 닥쳐올 재앙을 피하기 위한 방편일 뿐 아니라 지금 당장 경제위기 극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데 참석자들은 인식을 같이했다.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은 수요를 촉진시켜 일자리를 창출한다.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윈-윈 전략은 예산이 점점 빠듯해지는 시기에 가계와 기업 모두를 구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을 G20 국가 내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활성화시키기 위해 참석자들은 아시아개발은행 등 다자개발은행을 상대로 개발도상국들이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 것에 대해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합의도출에 대한 약속이 이뤄졌으며 이는 모든 주요국이 참여해 처음으로 집단적인 이행 약속을 내놓은 것이다. 올 12월 전 세계가 코펜하겐에 모여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합의를 이루어낼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이 합의도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강력한 합의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우리는 확신한다. 미국은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이라는 전담기구를 구성함으로써 코펜하겐 회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런던에 있는 엑셀컨퍼런스센터 야외에서 찰스 왕세자는 각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각국 외무장관을 초청해 숲을 주제로 한 행사를 열었다. 숲이 지구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빨리 행동에 돌입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는 행사였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는 주요 인사들 외에도 수만명의 평화시위대가 런던까지 행진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조속한 행동을 촉구하는 행진을 벌였다.

필자는 종교단체와 개발단체,그리고 노조단체로 구성된 연합체의 지도자들을 만났는데 이들이 한데 모인 것이야말로 환경문제가 이제 더 이상 주변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국가간 자금의 흐름을 어떻게 할 것인지,경제주체간 구성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등은 기후변화에 행동이 필요하다는 인식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이다. 영국은 오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0% 줄이는 것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해 '탄소 예산'을 도입하고 있다. 또 우리는 재생가능 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가정에서 에너지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Great British Refurb(영국의 주택개량사업)'를 실시하는 등 이 밖에도 다각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다.

아직 큰 문제들이 남아 있지만 합의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각국 정부와 국민이 원하고 지금부터 오는 12월까지 남은 기간 동안 관심을 집중시킨다면 기후변화를 중단시키기 위한 최초의 전 지구적 합의가 올해 안에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