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안을 놓고 드러난 한나라당의 혼선은 지켜보기에 딱할 정도다. 당내 여론이 완전히 갈라져 양분된 것도 볼썽사나운데 이를 수렴해 당론을 조율(調律)해야 할 지도부가 계속 상반된 목소리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게 과연 경제위기 한가운데서 집권 여당이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모습인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폐지 방침을 발표한 것은 벌써 한 달 전이다. 물론 다른 주요 사안처럼 당정간 협의도 거쳤다. 그런데 여당 지도부에서 정부가 공식발표한 사안에 대해 뒤늦게 딴소리를 하고 있다.

어제도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각각 다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양도세를 낮추면 부동산 버블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 투기적 수요자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일은 안된다"며 한 달 전 발표내용의 뒤집기에 나섰다. 홍 대표의 발언내용과 논리 자체에도 문제가 적지않지만,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런 판단을 왜 이제 와서 강조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문제가 있다면 앞서 당정간 사전협의 과정에서 제기했어야 옳다. 늦어도 지난달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을 때 즉각 문제를 제기하며 보완책을 요구했어야 한다.

원내 지휘탑이 이러니 의원총회에서도 10명의 토론 의원들 견해가 정확히 반분된 채 중구난방(衆口難防)의 입씨름만 반복했고,이는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당정 협의도 마쳤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 그 사이 주택을 매매한 소비자들은 황당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 국민과 기업들은 여당의 입장조율을 지켜보고 입법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믿지 말라는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여당이 보여주는 오락가락 정책 혼선을 일일이 거론하자면 끝도 없다. 지금 문제가 된 양도세 파동만 해도 여당 지도부가 '대못 빼기'에 나서기는커녕 지역구부터 의식한 포퓰리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4월 임시국회에서 여당이 주도해야할 사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추경예산안을 비롯해 2월 국회에서 처리 못했던 민생경제 법안도 이번엔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양도세 문제로 당 지도부가 뒤늦게 격돌하고 외부로 혼란을 확대시킬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