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에서 방영된 '무한도전'의 봅슬레이편을 재미있게 봤다. 시속 130㎞가 넘는 고속의 공포감 속에서 펼쳐지는 봅슬레이는 1890년 스위스에 살고 있던 미국인들이 일반 썰매의 스피드에 만족하지 않고 강철의 러너를 장착한 썰매를 만든 것이 시초다. 경기는 2인승과 4인승이 있는데,공히 맨 앞에서 핸들을 조정하는 파일럿과 가장 늦게 올라타는 브레이커가 호흡을 맞춰 균형을 잡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스피드를 조절하는 역할을 맡은 브레이커가 팀워크의 핵심이다. 직선 코스에서 아무리 속력을 내며 달려도 위험 구간인 회전코스에서 속도조절이 안 돼 전복되거나 너무 느려지면 등위 안에 들 수 없기 때문이다.

봅슬레이가 동계 단체 스포츠의 대표 종목이라면 하계 스포츠에서는 '조정(Rowing)'을 꼽을 수 있다. 필자도 회사가 몇 년 전 조정과 관련한 브랜드를 론칭한 경험이 있어 관심을 갖게 됐는데,팀워크가 중시되는 스포츠인 조정은 한 선수가 하나의 노를 젓는 스위프 로윙(sweep rowing)과 한 선수가 두 개의 노를 젓는 스컬링(sculling)으로 나뉘고,1인승부터 8인승까지 다양한 경기 방식이 있다. 그 중 '조정의 꽃'이라 불리는 '에이트'경기는 8명의 조수와 1명의 조타수가 일심동체돼 벌이는 레이스다. 96㎏이 넘는 경기정을 타고 9명의 선수가 호흡을 맞춰가며 3.8m의 노를 오차 없이 저어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1분에 보통 36~40번 정도의 노를 저으며 목표지점을 향해 달리는데,아무리 건장한 체격의 선수들일지라도 2000m 코스는 만만치 않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바람이나 불규칙한 물결 등 돌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터라 선수들의 힘이 처지거나 불균형이 일어날 때면 '스퍼트'를 큰소리로 외치곤 한다. '스퍼트'는 수상훈련 과정에서 강한 에너지 동원능력을 기르기 위해 일시에 강력한 힘을 낼 때 외치는 구령으로,승리를 향해 달리는 선수들의 정신적 원동력이다.

작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패닉상태까지 갔던 세계 경제가 긍정적 변곡점일지 아닐지는 아직 모르지만,최근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힘을 합쳐 '스퍼트'를 외친 결실로 보이지만,아직 불안요소는 산재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칫 너무 한목소리,한 방향으로만 '스퍼트'를 외치다가 최적 코스를 이탈하거나 좌초되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로 인해 일관성 있는 페이스로 꾸준히 정진하는 사람들마저 피해를 입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이 험난한 코스를 성공적으로 넘기 위해서는 힘찬 외침도 중요하지만,'위험 회전 코스'에 진입하기 전 스피드를 조절하는 '브레이커'의 역할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