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게이트' 수사가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향후 재판과정으로 넘어갈 경우 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는 과거 유사한 뇌물 수수 사례에 대한 판례를 주목하고 있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이 뇌물 수뢰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과 정황증거만으로 유죄판결이 날지가 논란거리다. 과거 판례를 보면,법원은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방점을 두고 유 · 무죄를 가렸다.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뇌물죄가 확정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대표적인 유죄 사례다.

검찰은 뇌물 공여자의 진술과 정황증거만으로 기소를 했고,법원은 이에 대해 원심과 2 · 3심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뇌물죄의 수뢰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뢰사실을 부인하고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라도 공여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으면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면 법원은 수뢰자의 유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9일 모 지방 군청 과장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이 과장이 혐의를 인정한 수뢰 사실에 대해서만 유죄판결을 내린 1 ·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공여자의 진술로만 기소된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진술을 수차례 번복했고 명확한 진술을 회피하고 있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은 것으로 기소했는데,법원은 권양숙 여사가 받고 이를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인지한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검찰이 법원의 판단대로 공소장을 변경하면 과거 판례를 볼 때 역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판결을 받아낼 가능성이 높다.

아내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청장 후보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P 국회의원은 2007년 4월 대법원에서 뇌물죄가 확정됐다. P 의원은 아내가 금품을 받은 당일 해당 사실을 인지했지만 공여자에게 금품을 돌려주지 않았다.

문제는 권 여사가 뇌물이 아닌 빌린 돈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은 이때 차용증 등 물적 증거와 함께 수뢰자가 돈을 수수한 동기와 방법,수뢰자와 증뢰자 사이의 관계,차용금의 변제시기와 이자 약정 여부 등 객관적인 사정을 모두 종합해 판결을 내린다. 법원은 차용증 없이 돈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 2007년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임도원/서보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