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독일에서 가장 성공한 대중 철학서라는 평가와 함께 작년 독일 출판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대중 철학서 《나는 누구인가(Wer bin ich?)》.이 책의 저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Richard David Precht)의 신간 《Liebe,Ein unordentliche Gefuhl(사랑,그 복잡한 감정)》도 출간되자마자 독일 출판 시장의 화제 도서로 떠올랐다.

철학자이면서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나는 누구인가?》를 통해 '나'라는 존재론적인 문제에 접근했다면 이번 두 번째 책에서는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신비로운 감정 '사랑'을 파헤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사랑은 무엇 때문에 생겨나고,어떻게 유지되며,왜 결국 사그라지는가?' 모두가 한번쯤은 생각해 봤지만 쉽게 해답에 접근하지 못했던 질문들에 대해 철학,심리학,사회학 등에 기반을 둔 과학적인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사랑'이라는 양파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 보고 있다.

전작이 전 세계 20여개 국에 판권이 팔리는 등 유례 없는 기록을 세운 덕분인지 이 책 또한 출간 전부터 세계 각국의 러브 콜을 받았고 독일에서도 지난 3월 출간 후 불과 1개월 만에 슈피겔지 논픽션 분야 베스트셀러 2위까지 올라가 있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사소한 웃음과 작은 행복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는 게 아니에요. 우리 모두 행복의 연금술사가 되어야 합니다. "

독일의 행복 전도사라고 불리는 에카르트 폰 히르시하우젠(Eckart von Hirschhausen) 박사는 자신의 책 《행복은 혼자 찾아오지 않는다(Gluck kommt selten allein)》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귀여운 새끼 돼지를 끌어안고 있는 저자의 장난기 어린 사진이 표지를 장식한 이 책 또한 연속 10주 이상 논픽션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고수하며 독일인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의사이면서 동시에 코미디언인 저자는 환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라면 스스로 망가지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행복은 혼자 찾아오지 않는다》는 빨간 코 분장에 줄무늬 7부 바지를 입고 환자들 앞에서 웃음을 선사하는 저자의 용기와 경험이 만들어 낸 책이다. 고통으로 힘들어하던 환자들은 망가진 의사의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행복해했고,사소해 보일지 모르는 행복의 기억들이 환자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독일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가득 채우던 '돈'과 '부자'에 대한 책들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다. 거품이 꺼지고 나면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보인다고 했던가? 경제 한파의 한가운데서 다시 '사랑'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독일 독자들의 머릿속이 궁금해진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