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호산동 성서공단. 공단 한가운데 자리잡은 태양전지 생산업체 미리넷솔라에선 드릴과 망치소리가 쉴새없이 울리고 있다. 가동률 100%인 제1공장 바로 옆에 제2공장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물의 기초가 되는 철골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였고, 외벽과 내장공사에 착수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초여름을 방불케하는 더위 속에 작업인부들이 비지땀을 흘리면서 자재를 나르고 있었다.

태양광은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그린에너지 열풍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작년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계기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올들어 풍력, LED(발광다이오드) 등과 함께 증시를 이끄는 주요 테마로 부상했다.

하지만 올해 태양광 분야의 전망은 작년에 비해 밝지 못한 상황이다. 산업 전반이 경기침체와 유가하락의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전지 분야의 경우 신규업체의 진출과 낮은 진입장벽 등으로 공급이 수요를 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화증권이 태양광 전문 조사기관인 럭스리서치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태양전지 생산량은 최대 10Gw(기가와트)로 수요에 비해 2배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리넷솔라는 이 같은 부진한 업계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생산력 확대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세계 그린에너지 비중이 아직 미미한 단계이므로 수년 내에 태양광 업계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이를 미리 대비한다는 것이다.

미리넷솔라는 현재 가동률이 100%인 제 1공장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주문물량을 생산해 내기 위해 현재 제 2공장을 건설 중이다. 제2공장은 오는 6월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완공 후 시제품 생산단계를 거쳐 2~3개월 후부터 양산에 착수한다.

◆ 올 2월부터 3교대 체제 ‘풀가동’

미리넷솔라는 작년 4월 포시에스와 합병해 증시에 입성한 IT(정보기술) 및 통신장비업체 미리넷의 자회사다. 태양광 분야 중에서 전지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2005년 12월에 설립됐고, 2008년 8월부터 제1공장을 가동해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다.

약 390억원을 투입해 완공된 제1공장은 사무실과 1기 생산라인이 갖춰져 있었다. 솔라셀의 생산과정을 보기 위해 1공장 클린룸을 방문했다. 먼지와 정전기를 방지하는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를 마친 후 내부에 들어서니 ‘ㄷ’ 모양으로 나열된 생산기기가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공장을 안내한 권근한 생산부 과장은 “태양전지를 만드려면 청정도가 10만 클라스(1제곱평방미터당 30마이크로 크기의 먼지가 약 10만개 정도) 수준이면 되는데, 현재 공장 내부는 3000클라스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청정도가 높다는 얘기다.

미리넷솔라는 실리콘 웨이퍼를 10여단계로 가공해 태양전지를 만들어낸다. 권 과장은 “시간당 1500장, 일일 약 3만장의 태양전지가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품 중에서 불량품을 제외한 정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인 수율은 약 98%로, 다결정 태양전지 업계의 평균인 95%를 넘는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작년까지 9인 1조로 2교대 생산체제였지만 물량이 밀려 올 2월부터 휴일도 없이 3교대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리넷솔라는 그간 지멘스 공법의 폴리실리콘 웨이퍼보다 품질은 낮지만 제조원가가 저렴한 UMG실리콘 웨이퍼를 이용한 태양전지를 최초로 양산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의 급락으로 UMG실리콘과의 가격차이가 많이 좁혀지자, 지멘스 공법의 폴리실리콘 웨이퍼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현재 지멘스 폴리실리콘 웨이퍼와 UMG실리콘 웨이퍼의 사용 비중은 70:30 수준.

권 과장은 “웨이퍼의 종류가 다르다고 해도 레시피(제조법)를 조정하는데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폴리실리콘 가격의 등락에 구애받지 않고 기존 주력제품인 UMG 품질을 향상시키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1라인의 생산규모는 연간 30Mw(메가와트)다. 일반가정이 1년에 사용하는 전력이 약 3Kw(킬로와트)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만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120Mw급인 2공장이 완공되면 생산규모는 현재 5배, 즉 하루 15만장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상철(56) 미리넷솔라 회장은 "2ㆍ3기 생산라인이 들어가는 2공장이 올 6월께 완공될 계획”이라며 “공장이 완공되고 나면 생산규모가 연간 150Mw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2공장이 완공되는 시점 전후로 추가 증설 계획도 나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올해 1조2000억원 수주 목표…모듈ㆍ웨이퍼 사업도 진출

지난 15일 기준 미리넷솔라의 모기업인 미리넷의 주가는 5230원으로, 지난달 말(약 3500원)에 비해서 약 47% 올랐다. 지난 3월 초 약 3400원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중국과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태양광에너지에 지원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면서 다시 꿈틀댔다.

그렇다면 향후 주가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실적 전망은 어떨까.

미리넷솔라는 작년 127억원의 매출을 거둔데 비해 2009년에는 2000억원이라는 다소 공격적인 목표를 내놨다.

이상철 회장은 “1분기 매출은 200억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도 “태양전지 주문이 겨울에는 통상적으로 적기 때문에, 2~3분기에는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리넷솔라는 작년까지 이미 확보한 약 1조원 규모의 수주에 더해 올해 1조2000억원의 신규 수주를 딴다는 계획이다. 2009년 들어 현재까지 약 208억원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정선기 차장은 "1분기는 수주 물량이 적지만 2분기 공장이 완공되면 해외 영업을 강화해 수주 물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미리넷솔라가 생산하는 태양전지의 전환효율(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은 현재 15%후반~16% 수준으로, 1년내에 20%대로 끌어올린다는게 회사측의 목표다.

또 전지 뿐만 아니라 웨이퍼, 모듈 사업으로 진출해 사업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웨이퍼 공장 건설을 위해 이미 파주에 부지도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모듈의 경우 올 상반기 100억원을 투자해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다. 이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정부와 올 5월께 계약을 체결하고 11월까지 30Mw급 생산라인을 완공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상철 회장은 “태양광이 향후 2~3년내 화석연료와 비슷한 가격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일때 기술력과 생산력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