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명단에 오를 해운사의 윤곽이 이번 주에 드러난다.

금융권의 신용공여액이 500억 원 이상인 38개 중대형 해운사 가운데 5~7곳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퇴출 대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140여 개 중소형 해운사 중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이 30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건설.조선업계에 이어 해운업계도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이고 있다.

◇ 1차 해운업 옥석구분 윤곽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이번 주까지 38개 중대형 해운업체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마무리 짓고 금융기관 간 협의를 거쳐 이달 말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한다.

채권단의 평가 기준을 보면 해운업체의 생사를 가르는 가장 큰 잣대는 용대선(선박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것) 비중과 자사선 매출 비율이다.

자사선 매출 비율은 해운사가 직접 소유한 선박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자사선 매출 비율이 70% 이상이면 가장 큰 점수를, 30% 미만이면 가장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또 빌린 배로 영업하는 비율이 높으면 낮은 점수가 매겨진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전체 평가 점수 가운데 재무 비중이 25~30%에 불과하고 비재무 항목이 70~75% 수준에 이른다"며 "용대선 비중은 물론 배를 빌린 비용인 용선료를 제때 지급했는지와 선박 발주 규모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세부 재무항목은 ▲안정성(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채무상환능력(이자보상배율) ▲수익성(영업이익률) ▲유동성(현금자산비율) ▲활동성(매출액 증감률) ▲분식회계 여부 등으로 구성됐다.

비재무 항목들은 ▲경영위험부문(소유.지배구조, 관계사 위험도) ▲영업위험부문(자기 소유 배인 자사선 관련 매출 비중, 시장지위, 장기운송계약, 파생상품 위험 노출도, 용선료 미지급비율) ▲미래사업위험(용대선 선박의 계약기한 불일치, 신조선 발주액, 운임계약 안정성, 2007년 이후 취득선박 비율) ▲기타항목(금융권 연체액, 선박.계좌 압류) 등이다.

총점 기준으로 45점 이상 60점 미만은 C등급, 45점 미만은 D등급으로 각각 매겨진다.

C등급은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D등급은 퇴출 절차를 밟는다.

◇ 워크아웃.퇴출 5~7곳 전망
이번 1차 해운업체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에서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 해운사는 5~7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용대선 비중이 크고 영업 실적이나 자본 상태도 안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은 4개 해운사 중에서는 감사의견이 거절된 2개 업체가 C나 D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이 주채권은행인 5개사 중에서는 자본잠식 상태인 해운사를 포함해 1~2개가 C등급 이하로 거론되고 있다.

농협이 주채권은행을 맡은 9개의 해운사 중에서는 자본잠식에 빠진 해운사 1곳을 포함해 2~3개가 C등급 이하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부산은행이 5개 업체를 잠정 평가한 결과 C나 D등급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3개와 2개 업체를 평가하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B등급 이상을 매길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상위권 해운사를 맡고 있는 산업은행도 C등급 이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8회계연도 영업실적이 예상 외로 좋게 나온데다 최근 운임지수가 상승하는 등 경영 여건이 다소 나아지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애초 예상보다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작년 말과 올 초까지만 해도 매우 다급한 상황에 직면했으나 최근 재무제표 등의 자료를 점검해보니 우려했던 것보다는 사정이 괜찮은 곳이 많은 것 같다"며 "이번 평가 대상은 모두 중상위권 해운사들이어서 구조조정 대상이 20% 미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 구조조정 중소형사 30개 달할수도
신용공여액 500억 원 미만인 140여 개 해운사 중에서는 20%를 웃도는 30여 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채권은행은 이들 업체에 대해서는 6월에 신용위험을 평가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형사들의 경우 영세한데다 용대선이 피라미드식으로 얽혀 있어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곳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구조조정 대상이 20%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연구위원은 "해운산업이 올해 들어 특히 어려운 상황이며, 대형사보다 중소형사의 퇴출 위험이 크다"며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앞으로 세계 경기 회복 때 그 흐름을 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구조조정과 병행해 이번 주에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고 4조 원대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경영난을 겪는 해운업체의 배를 사들일 계획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내 선박이 해외에 헐값으로 매각되는 것을 막고 향후 해운경기 회복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해운사들이 무분별하게 서로 배를 빌려주거나 빌려 영업하다가 어느 한 업체가 부도났을 때 연쇄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사 선박 대비 용선비율을 규제하고 해운업 등록 기준도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