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놓친 아이도,승리를 거머쥐고 싶은 농구 선수도,멋진 옷을 바라보는 여자도,배우 장동건도,가수 비도,데이트를 하기로 한 오랜 부부도 소망을 이룬 그 순간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비비디 바비디 부~'

이 낯선 말은 월트 디즈니 만화영화 '신데렐라'에 등장하는 주문이다. 착한 요정이 신데렐라를 위해 호박을 마차로,누더기 옷을 멋진 드레스로 바꾸는 마법을 부릴 때 외운 주문이 바로 '비비디 바비디 부'다. 이 주문은 신데렐라에게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 준 셈이다.

이동통신 브랜드 T는 이 '비비디 바비디 부'라는 마법 주문이 후렴구처럼 등장하는 캠페인을 선보였다. 고객의 소망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T가 격려하고 응원하겠다는 뜻을 담은 이 캠페인은,긍정의 힘을 담은 메시지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되고 송'으로 소비자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은 '생각대로T' 캠페인의 연장선상에 있어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데 톡톡히 기여하게 됐다. SKT 측은 "지난해 생각대로 화법(~하면되고)과 되고 송으로 긍정적인 사고의 방법을 전했다면,이번 캠페인은 고객이 T와 함께 희망과 긍정의 실현을 만나게 하는 행동의 방법을 전하기 위함"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이 광고의 매력은 '비비디 바비디 부'의 뜻을 몰라도 무의식적으로 따라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귀와 입에 착 달라붙는 밝고 경쾌한 리듬감에 있다. 이 리듬에 중독된 후에는 자연스럽게 '무슨 특별한 뜻이 있는 걸까?'란 호기심이 일어난다. 궁금증을 품게 된 사람들이 인터넷에 질문을 올리거나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과 대화 중 화제에 올리게 되면서 이 캠페인의 구전 효과는 배가된다. 일례로 인터넷에는 이 말의 뜻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질문이 상당수 올라와 있고 자동검색어로 완성되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그 뜻을 알게 됐을 때에는 익숙함과 깨달음이 결합되면서 '비비디 바비디 부'라는 주문은 소비자의 뇌리에 깊이 박히게 된다.

그 다음에는 캠페인 내용이 더 잘 다가오게 된다. 우리 주위에서 마주칠 법한 평범한 인물들부터 영화배우 장동건이나 비 등 유명인사까지,자신들이 품고 있는 사소한 혹은 야심찬 소망을 공개하고 이것이 실현되는 순간을 발랄하게 담아낸 캠페인은 '비비디 바비디 부' 주문의 뜻과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그 무엇도 쉽게 얻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은 최근 지속된 경제 위기로 사람들의 내면 깊숙하게 뿌리를 내렸다. 패배의식에 젖어들면서도 한줄기 희망을 놓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장동건도 비도 우리 이웃도 결국 꿈을 이루었다는 캠페인은 대리만족으로 다가오게 된다.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쟁취하는 '인간 승리' 이면의 험난한 과정보다 마치 마법을 부리는 착한 요정을 만난 듯,가뿐하게 소원을 이룬 사람들을 보여주는 이 캠페인은 힘든 현실을 벗어나 산뜻하게 웃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성공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사람들을 볼 때 느껴지는 경외감보다 소원을 이루는 순간의 기쁨을 부각시키는 전략은 주효했다.

특히 젊은 시절 아름다운 수영복 차림을 남편의 휴대전화로 보여주는 아내와 이를 보고 밝은 표정으로 부인에게 데이트 신청하는 남편을 다룬 '비키니편'과 농구선수나 아이 등을 다룬 '옴니버스편'은 톱스타만 내세워 자칫 위화감이 들 수 있었던 캠페인을 우리 주변 이야기로 치환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