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디오스' 냉장고에서 '아이시스'를 꺼내 한 잔 마신다. '샤프란'으로 깨끗하게 세탁한 '나이키' 트레이닝복을 입고,스케이트와 P&G '위스퍼'를 가방에 챙긴다. '라끄베르'로 기초 화장을,'캐시캣'으로 색조 화장을 마치고,'제이에스티나' 스케이트 귀고리를 걸고 아침 훈련을 하러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를 타고 집을 나선다…."

요즘 인터넷에 회자되는 '김연아의 하루'다. 2003년 배우 이영애가 20~30개 브랜드 및 제품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며 '이영애의 하루'를 만들어 냈던 이래 이렇게 광고에 많이 나오는 스타는 처음이다.

김연아는 15개 브랜드 · 제품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며 광고 수익만 100억원대로 추정되는 대한민국 CF 퀸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똑같이 김연아를 모델로 썼어도 소비자들에게 기억되는 김연아 광고는 몇 되지 않는다. 같은 모델이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해 가장 즐거워하는 광고주는 누구일까. 삼성전자 하우젠 에어컨이다. 이른바 '씽씽송'을 부르며 춤추는 김연아를 본 사람들은 '너무 귀엽고 상큼하다''중독성 있는 광고다''우리 아이도 따라한다'며 채널을 돌리지 못했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연관성에 있다. 하우젠 에어컨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김연아-피겨스케이팅-얼음-시원하다-에어컨'의 연상 이미지 연결고리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광고 모델과 제품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모델과 제품 모두 '윈윈'할 수 있었던 것이다.

CM송을 잘 활용한 점도 돋보였다. 몇 년 전부터 귀에 쏙쏙 들어오는 쉬운 CM송이 광고계의 '대세'로 등극했다. 최근 대중 가요의 트렌드 또한 따라 부르기 쉽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특징인 '후크 송'이다. 이 광고에서도 스윙 재즈 명곡인 'Sing Sing Sing'을 '씽씽송'으로 개사해 김연아가 직접 불렀다. 거기에다 연예인 못지않은 김연아의 노래와 춤 실력이 볼거리 있는 광고를 만들었다. 스포츠 선수를 활용한 뻔한 감동 스토리의 광고가 아니라 보는 이가 즐거운 광고를 지향한 것은 눈에 띄는 차별화였다.

타이밍도 좋았다. 지난달 29일 김연아는 피겨 사상 처음으로 200점대를 돌파하며 '2009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일수록 사람들은 희망 코드를 찾게 된다. 마침 열악한 환경을 딛고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라선 김연아가 대한민국의 희망과 긍정의 마스코트로 떠오른 것이다.

김연아는 여리고 청순한 이미지에 성실하며 당당한 모습까지 갖췄다. 게다가 노래면 노래,춤이면 춤까지 못 하는 게 없는 만능 스포테이너로서의 자질도 충분해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좋아한다. 그러나 바쁜 일정 때문에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주 노출될 수 없는 김연아의 노래와 춤을 이 광고를 통해 하루 몇 번씩이나 볼 수 있으니 효과가 좋을 수밖에.

이 광고 덕분에 삼성전자는 '김연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광고 마케팅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지난 1월15일부터 3월31일까지 진행된 '씽씽 예약 대축제' 결과 에어컨 판매량이 매주 1.5배씩 증가했다. 특히 400만원대 이상의 프리미엄 홈멀티 제품은 전년 대비 매출이 40%나 상승했다. 지난달 초 출시한 '김연아 스페셜 에디션'은 3월 예약판매 기간 동안 매주 주말 판매량이 2배씩,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이후에는 2.5배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호감도 상승 역시 수치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TV 광고와 함께 컴퓨터 바탕 화면에 내려받아 쓸 수 있는 김연아 위젯과 '씽씽송' 벨소리 무료 다운로드 이벤트 등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활용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이렇게 광고 자체를 콘텐츠화하고 다양한 매체를 적극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마케팅은 콘텐츠의 확장 · 재생산에 적극적인 요즘 소비자들의 행동 양식과 맞아떨어져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기법이다.

좋은 광고는 제품을 파는 광고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광고 하나로 매출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면 이 이상 만족은 없을 것이다. 또한 좋은 광고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광고이다. 광고 하나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즐겁게 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조문형(광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