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1904~1989년)의 석판화 작품전이 오는 22~28일 서울 관훈동 윤갤러리에서 열린다.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스페인의 유명 소설가 세르반테스의 사망일을 기념해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4월23일)에 맞춰 기획된 국내 첫 '돈키호테' 시리즈 판화 전시회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달리는 몽환적인 세계를 화려한 색감으로 정교하게 그려내 20세기 후반 회화,영화,오브제,건축,설치 미술 등에 큰 영향을 미친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초기엔 입체파와 형이상학적 회화의 영향을 받았지만,후기엔 초현실주의로 전환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창작 기법인 '편집광적,비판적 방법(비합리적인 환각을 객관적 · 사실적으로 표현)'을 발전시켰다.

'돈키호테를 미술로 만나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는 세르반테스의 대표 소설 '돈키호테'의 내용을 바탕으로 1956~1958년 제작된 석판화와 초기작품 판화 등 25점이 걸린다. 1956년 파리의 센강에 띄운 나룻배에서 잉크를 채운 탄환을 발사해 석판에 얼룩을 남긴 이른바 '탄환예술 기법'을 사용한 작품도 대거 포함돼 있다. 달리가 풀어 놓은 '상상력의 보따리'를 직접 만나 체험할 수 있는 자리다.

그의 '돈키호테'시리즈는 기상천외하고 현실감 없는 한 인물상이 아니라 주위의 시선과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뜻을 굽히지 않는 초인(超人)으로 묘사된 작품이다. 돈키호테의 초월적인 삶에서 느낄 수 있는 숭고한 정서가 느껴진다.

이 밖에 1936년작 '꽃의 머리를 가진 여인이 콜라나무로 만든 피아노 껍질을 바닷가에서 만나다'와 '끝이 없는 수수께끼' '위대한 자위행위'등의 판화 작품도 왜곡된 원근법,이미지 합성을 통한 독특한 기법(데페이즈망 · depaysement)으로 사물을 묘사해 관람객의 눈길을 붙잡는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윤용철 윤갤러리 대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요즘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삶의 도전정신을 심어줄 수 있도록 돈키호테의 소설과 달리의 그림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02)738-114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