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의 '선심성 예산 끼워넣기 행태'는 올 추가경정 예산안 심의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국회 상임위마다 민생사업 명목으로 대거 증액했고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 민원사업을 예산에 반영했다.

국토해양위는 지난 15일 예산심의소위를 열어 국토해양부 추경예산에서 총 3941억원을 증액했다. 특히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사업에 32억원의 교통시설 특별회계 예산을 새로 배정했다. 해당 노선이 지나가는 지역구 의원이 '서울시가 조기 착공을 추진하므로 설계감리비의 40%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일부 의원은 이용자가 없어 개항도 못한 울진공항을 비행훈련센터로 활용하자며 49억원을 증액했다. '영토주권 의지 표명'을 이유로 울릉도 일주도로 건설에도 10억원을 신규 편성해 '형님예산'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지식경제위에서는 대구,시흥,인천의 종합비즈니스센터 건립에 90억원을 반영했다. 한 관계자는 17일 "현재까지 배정된 예산이 적어 사업에 차질이 있다며 의원들이 배정을 요구했다"며 "전형적인 지역 민원성 예산"이라고 귀띔했다. 지경위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3000억원,신성장기반 지원금 5500억원 등 부문별로 융자액을 크게 늘렸다. 이에 따른 재원 조달로 1조5500억원의 채권을 추가 발행할 것을 주장,재정 건전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수산위도 당초 정부안(5265억원)에서 2172억원을 늘렸다. 감액한 항목은 하나도 없었다. 257억원을 투입해 농촌 정비와 농기계 순회 수리에 7개월짜리 인력을 고용하는 등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단기 인력 활용에 따른 인건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 행정안전위는 정부 추경안의 지방교부금 감액을 지방 재정이 열악해진다는 이유로 원상태로 되돌리는 등 2조2250억원이나 늘렸다.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이처럼 대규모 증액이 이뤄지자 정치권 스스로 '빚더미 추경'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부양을 내걸고 28조9000억원의 슈퍼 예산을 편성하면서 고용 창출과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명목의 선심성 예산이 더욱 활개친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인천 부평 재선거를 앞두고 GM대우 살리기에 최고 1조원의 추경 편성까지 공언,'예산 끼워넣기' 백태는 심화될 전망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