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일지매'에서 소현 세자 역을 해 낸 최석진(29)은 지난달 동부이촌동 한 카페에서 조촐한 생일 파티를 가졌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케이크 위 촛불을 끄려는 찰나,10여 명의 하객 앞에 쪽지들이 놓여졌다.

'살라카 둘라,메치카 불라,비비디 바비디 부'란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 'T' 방송광고 문구였다. 하객들은 일제히 이 주문을 암송하면서 그가 '주역의 꿈'을 이루도록 기원했다.

이른바 '비비디 신드롬'이 장안에 불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산다. '비비디 바비디 부'는 디즈니 만화영화 '신데렐라' 속 요정이 소원을 성취시켜 주는 마법의 주문으로 '생각대로 이뤄진다'는 T의 컨셉트와 맞닿아 있다. 불황에 지친 사람들에게 긴 수식어보다 이 한 마디가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살라카 둘라…'를 원래 음정에 맞춰 정확하게 부르면 10대이고,'비비디 바비디 부'를 정확하게 발음하면 20대,그것이 헷갈려 버벅거리면 30대 이상으로 세대 구분이 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마저 생겨났다.

생각대로T'비비디…' 시리즈 광고는 한국경제신문과 한국CM전략연구소가 지난 1~3월 1200명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2009년 1분기 고객을 감동시킨 방송광고 베스트'를 조사한 결과 이동통신 서비스 부문 1위에 올랐다. 대상작 781편 중 업종별 최고에는 '생각대로T' 외 '건설-e편한세상''가전-삼성전자 하우젠''수송-현대차''식품-농심 안성탕면''유통-하이마트' 등이 선정됐다.

이 중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세계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피겨 요정'에서 '피겨 여신'으로 거듭난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웠다. 그러나 두 광고 속 김연아의 이미지는 달랐다.

올 들어 장진영에서 김연아로 모델을 교체한 삼성전자 에어컨 '하우젠'은 장진영보다 어린 김연아의 강점인 경쾌하면서도 발랄한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김연아는 '씽씽송'을 직접 부르고 신나는 스윙댄스 리듬에 맞춰 깜찍하면서도 화려한 춤 실력을 보여 줬다.

현대자동차는 김연아를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아이콘으로 활용했다. 광고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김연아란 실존 인물을 통해 전달한다. 넘어졌다가 또다시 일어서는 김연아의 모습은 현대자동차의 세계시장 공략사와 맞아떨어진다.

시청자들이 두 광고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로는 '신뢰가 가는 모델'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모델 김연아의 개가인 셈.

반면 대림산업 'e-편한세상'은 이와 다른 방식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경기 불황으로 건설사들이 TV 광고를 줄일 때 대림산업은 '자연이 에너지가 되는 세상'이란 광고 캠페인에 착수했다. 유명 모델을 내세워 프리미엄을 부각시키는 일반 아파트 광고와도 차별화된 방식으로 접근했다.

우리가 평소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자연 현상들을 통해 친환경 아파트를 부각시킨 것이다. 햇빛,소나기,돌풍의 가치를 잘 이용하면 가로등을 켤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되고,분수가 되고,엘리베이터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화면에 담아 보여 줬다.

'농심 안성탕면'과 '유진그룹 하이마트'는 드라마'꽃보다 남자'와 영화 '과속 스캔들' 등 화제작 모델이나 컨셉트로 성공했다. 농심이 SS501 멤버인 김현중과 여배우 박보영을 모델로 캐스팅한 지난해 11월 당시에는 둘 다 '빅 모델'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현중의 '꽃보다 남자'와 박보영의 '과속 스캔들'이 흥행 가도를 달리면서 광고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장수 브랜드인 안성탕면은 이 광고를 통해 한결 젊어졌다는 평가다.

'하이마트' 광고는 흥행작 '과속 스캔들'의 설정을 그대로 빌려와 웃음을 준다. 과속 3대 중 최고 연장자인 차태현이 휴대폰을 사 달라고 조르고,박보영(딸)과 왕석현(손자)이 맞장구를 친다. '웃으며 삽시다'란 마지막 메시지는 풀죽은 불황기 시청자들에게 보너스 웃음을 선사한다. '안성탕면'과 '하이마트'는 모두 유머로 효과를 높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조사 방법 및 의미

인지도보다 경험 가치가 광고 효과에 갈수록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시대 흐름에 맞춰 지난 1~3월 세 차례에 걸쳐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10~5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TV 광고에 대한 호감도(MRP)를 측정했다. MRP는 시청자가 최근 본 광고 중에서 '좋아하는 광고'를 떠올려 광고 내용과 브랜드,기업 등을 생각나는 대로 적도록 한 뒤 여러 변인들에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됐다. 결과적으로 호감도에는 광고 집행량,시청률,크리에이티브,관여도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방법은 1989년 일본 CM종합연구소가 개발해 도요타,시세이도,롯데,니혼TV 등이 활용하고 있다. 한국CM전략연구소는 2005년 일본 CM종합연구소와 제휴해 한국적 마케팅 환경에 맞도록 개선해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