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당뇨병만큼 예민한 갑상선 질환 혈중 갑상선호르몬 농도 챙겨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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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기능항진증 또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인 환자,갑상선질환이 있는데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는 환자에게 자신의 발병 요인과 양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단서가 혈중 갑상선호르몬의 농도이다. 갑상선질환은 당뇨병만큼이나 예민한 대사성 질환이자 자가면역질환이므로 이런 지표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환자 스스로 건강상태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은 피드백에 의해 분비된다. 뇌내 시상하부에서 갑상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TRH:Thyrotropin Releasing Hormone)→뇌하수체 전엽에서 갑상선호르몬자극호르몬(TSH:Thyrotropin Stimulating Hormone)→혈액과 말초조직에서 티로트로핀(Thyrotropin)이 순차적 전달체계에 의해 분비된다. 티로트로핀이 갑상선에 도달하면 갑상선호르몬의 두가지 종류인 T(트리요오드티로닌:요오드 원소가 3개)와 T(티록신:요오드 원소가 4개)가 생성된다.
갑상선질환 혈액검사에서 주로 이용되는 지표는 혈중 TSH와 혈중 유리형(free) T의 농도다. 이들 두 수치는 갑상선호르몬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 원리(피드백)에 의해 반비례 관계를 갖는다. 혈중 유리형 T가 증가하면 TSH는 감소해 T의 분비량을 줄이려 하고,반대로 T가 줄어들면 TSH가 증가해 T의 분비량을 늘리려 한다.
혈중 유리형 T의 성인 정상 기준은 0.8~1.8 ng/㎗,혈중 TSH의 정상 기준은 0.4~4.0 mIU/ℓ(또는μIU/㎖)이다. 단순하게 말해 유리형 T의 농도가 정상보다 높으면 갑상선기능항진증,낮으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다. 또 혈중 TSH가 정상치보다 낮으면 갑상선기능항진증,높으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다. 그러나 뇌하수체 전엽에서 나오는 TSH와 갑상선 자체에서 만들어내는 갑상선호르몬(유리형 T) 간에는 다소 복잡한 상관관계가 얽혀 있어 병의 발병요인과 양상이 다르다.
우선 1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이란 갑상선호르몬의 생산공장이라 할 수 있는 갑상선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갑상선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는 질환이다. 2차성(중추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 TSH를 관장하는 뇌하수체 전엽 또는 뇌내 시상하부에 이상이 있음을 암시한다.
무증상(불현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이란 갑상선호르몬 수치는 정상이지만 TSH 수치만 높아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무증상'이란 말 그대로 증상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경미한 상태의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여기면 된다. 그러나 이 상태에선 언젠가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과다월경 점액부종 과잉체중 고지혈증 등 여러 가지 대사기능에 문제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내분비내과에서 세밀한 치료를 받는 게 필요하다.
유리형 T의 농도가 정상보다 높고 혈중 TSH가 정상치보다 낮으면 전형적인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갑상선호르몬의 합성을 억제하는 항갑상선치료제를 투여하면 된다. 이에 반해 무증상갑상선기능항진증은 혈중 유리형 T의 농도는 정상범위에 있지만 혈중 TSH 수치는 정상보다 낮아져 있는 경우를 말한다.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지만 장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부적절한 TSH분비증후군'은 2차성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고도 한다. 혈중 TSH가 정상이거나 정상보다 높더라도 일단 혈중 유리형 T의 농도가 높은 상태다. 갑상선호르몬에 대한 전신적인 또는 뇌하수체의 저항에 의해 발병한다. 이런 경우 말초조직에서 TSH의 명령을 받는 수용체나 T가 T로 전환하는 것에 관여하는 탈요오드효소에 이상이 생긴 것이므로 중추신경계나 내분비계 전반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한 체크가 필요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김신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