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들어 경기 낙관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 장관은 2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를 아직 낙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공존하고 있어 정부는 세계 경제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장관은 지난 15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도 "경제 지표 호전에도 불구하고 실물은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한 포럼에서는 "기업과 일부 금융회사에서 부실이 서서히 현실화될 것 같다. 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며 비장한 표현까지 썼다.

윤 장관이 신중 모드로 돌아선 까닭은 뭘까. "경제에 좋은 신호도 있으니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3월25일 한경밀레니엄포럼 발언)"고 말했던 한 달 전에 비해 경제지표가 특별히 악화된 것도 없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히려 주가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국가 신용 리스크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적절한 긴장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놓은 의례적인 발언일 수도 있지만 경제지표 착시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이 후퇴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라고 주변에선 말한다.

다주택자(3주택 이상) 양도세 중과 폐지가 대표적이다. 한 달 전 재정부가 무리하게 소급적용까지 하면서 이 정책을 발표했던 것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조기에 회복시키자는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호가가 뛰면서 불안한 움직임이 연출되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반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윤 장관의 더 큰 걱정은 지표 착시 현상 때문에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대폭 삭감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실물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는데 주가나 무역수지 등 일부 지표들 때문에 마치 경제 전체가 회복되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며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진 추경안마저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할 경우 경제 회복 시점이 더욱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22일 세계경제 수정 전망에서 세계경제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고 지난 2월 4.2%로 제시했던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포인트 이상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1.5%로 낮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