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분석결과 발표에서 전국 최상위권으로 꼽힌 경남 거창고 등 일부 '기숙형 고교'와 내년부터 도입되는 '기숙형 공립고'에 대해 타 지역 학생들의 입학을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20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시 · 도교육청에 따르면 인천 · 경남 · 경북 등 일부 시 · 도교육청은 기존 기숙형 고교와 내년부터 도입되는 기숙형 공립고들이 전국 단위로 학생을 뽑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교과부는 지난주 82개 기숙형 공립고 교감들과 시 · 도교육청 관계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기존 기숙형 고교들이 지나치게 외지 학생,서울 학생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며 전국 단위 학생 모집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시 · 도교육청 관계자들은 "기숙형 고교들이 서울 · 경기 등 외지 학생들을 많이 받는 것은 해당 지역 인재를 길러내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며 찬성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인천은 대도시여서 지역 학생 위주로 뽑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며 "지역 학생들을 일정 비율 이상 뽑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반면 전남 강원 등 상대적으로 농 · 산 · 어촌 비중이 높은 지역의 시 · 도교육청들은 기숙형 고교의 전국 단위 모집 제한 방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역 내에서만 인재를 뽑을 경우 우수인재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방안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시 · 도교육청들 간에 입장이 엇갈리자 교과부는 한 발짝 물러서며 각 시 · 도교육청에 공을 넘기려는 분위기다. 심은석 교과부 학교정책국장은 "내년부터 82개 기숙형 공립고가 운영을 시작하기 때문에 기존 기숙형 고교들에 대해서도 제도 정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실제 전국 단위 모집 여부를 제한할지는 시 · 도교육청 단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각 시 · 도교육청은 기존 기숙형 고교에 대한 학생 선발 제한 여부와 지역별 선발 비율 등을 오는 6월 말까지 확정 · 공고한 뒤 올 하반기 실시되는 2010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