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GM대우 해법'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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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위기 심화…디폴트 빠지면 외환시장에 '불똥'
"혈세로 외국기업 지원" 비판속 재선거 쟁점화 부담
"혈세로 외국기업 지원" 비판속 재선거 쟁점화 부담
정부가 GM대우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GM대우가 선물환 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자칫 미국 GM 본사의 처리 방향이 윤곽을 잡기 전에 GM대우가 부도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GM대우 본사가 있는 인천 부평은 오는 29일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으로 정치권이 조기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예상보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
지난 주말 외환시장에서는 GM대우가 선물환 계약 이행을 하지 못하면서 유럽계 은행 두 곳이 2억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조달,선물환 거래를 대신 이행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5월부터 밀려오는 선물환 결제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GM대우 유동성 위기의 원인은 두 가지다. GM의 파산설이 돌면서 판매가 급감,미국과 유럽 중남미 등 GM해외법인에서 수출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고,여기에다 선물환 계약으로 엄청난 환차손마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달러당 900~1000원대로 선물환 계약을 체결했다가 1조4000억원의 환차손을 입었다. 최근 GM대우의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이 자금 지원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청와대 방문을 추진한 것도 GM대우의 자금사정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외환시장에도 불똥
GM대우가 선물환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시중은행들이 선물환 결제를 대신 이행하기 위해 달러를 매수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돼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최근 수출호조와 경상수지 흑자 등 호재에도 불구,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지지 않는 것도 GM대우 선물환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칫 GM 본사의 처리 방향에 대한 결정이 지연되고 외국계 은행들이 GM대우의 선물환 만기연장을 거부할 경우 GM대우의 파산이나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불거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러나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GM대우의 선물환 결제규모는 40억달러에 불과해 외환시장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오히려 환율하락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1300원대의 환율을 떠받쳐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쟁점화로 혼란 가중
산업은행은 일단 GM대우의 선물환 문제는 회사와 은행 간 문제라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GM대우의 선물환 문제에까지 산은이 나설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외국은행의 손실까지 메워준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중은행들은 선물환 만기 연장에 일단 긍정적인 분위기다. 다만 외국계 은행들의 경우 본사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일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장일치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임승차 논란이 벌어지면서 금융권 전체의 부담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GM대우 본사가 재보궐 선거에서 정치쟁점화되는 점도 정부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GM대우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정부와 산은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지금은 우리 모두가 발언을 자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