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사건도,온갖 비리사건도 다 욕심 때문에 생긴 일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온 세상이 다 이해(利害)의 바다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전부 자기에게 이로우면 옳고 해로우면 그르다고 판단하고 주장합니다. 사람이 욕망을 아주 없앨 수는 없지만 욕심을 잘 조절해야 탈이 생기지 않습니다. "

원불교 교단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이성택 교정원장(66)이 20일 전북 익산의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년)가 깨달음을 얻어 원불교의 문을 연 날인 94번째 대각개교절(4월28일)을 앞두고 마련한 자리다.

"대각개교절은 원불교가 탄생한 날인데,6년 뒤면 100살이 됩니다. 지난해 말 원불교 100년 기업성업회를 발족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이 시점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원불교 고유의 문화를 창조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흔히 종교가 탄생해서 발전하는 세 단계를 창업기,제도정착기,문화창출기로 나누는데 원불교는 제도정착기는 벗어났으나 아직 문화창조기에는 접어들지 못했거든요. "

이 원장은 원불교가 지난 30~40년간 교단의 최고 지도자인 종법사의 선출제도를 확립하고 원로회의 격인 수위단회를 남녀 동수로 구성하며 재가자와 전문직까지 참여시키는 등 제도적으로는 정착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선거문화와 관련해 "원불교에서는 명예욕 때문에 어떤 자리를 하고 싶다고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닐 뿐더러 만일 선거운동이라도 했다가는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이 철저히 대중의 공의(公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원불교의 가르침을 한 마디로 요약해 달라는 요청에 이 원장은 '은혜와 감사'라고 했다. 올해 대각개교절 행사의 주제도 '모두가 은혜입니다'이다. 이 원장은 "원망하는 생활을 감사하는 생활로 돌려야 한다"면서 "세상을 살다보면 지역,국가,종교 간에 싸움도 많고 원한관계도 많지만 이걸 푸는 방법이 바로 은혜와 감사"라고 설명했다.

당면한 경제위기와 관련해서는 "시대가 바뀌면 욕구나 욕망의 수준도 달라져야 한다"며 "욕심을 좀 빼자"고 했다. 그는 "과거 경제가 잘 나가던 때와 달리 지금은 요구조건과 욕망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며 "현실에 안 맞는 욕심을 성취하려고 할수록 고통만 커질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원불교 교무(성직자)들과 마찬가지로 한달에 34만원을 용금(용돈)으로 받는 이 원장은 "내 주머니엔 언제나 돈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익산의 중앙총부에 살기 때문에 돈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아예 용금을 포함한 모든 수입과 지출을 다른 교무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원장은 "무조건 적게 가지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작은 욕심을 큰 욕심으로 돌려야 한다"고 했다. 개인의 잇속을 차리는 작은 욕심을 버리고 공동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큰 욕심'을 내라는 것이다.

익산=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