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나이키(Nike) 커브'를 그리며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L자형처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지는 않겠지만 V자형으로 급속히 회복하지도 않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0일 "최근 글로벌 마케팅 임직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세계 경제는 올 2분기 중 저점을 찍은 뒤 하반기부터 나이키 커브를 그리며 상승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들 사이에서도 나이키 커브형 경기 회복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정보기술(IT)분야 기업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 IT 솔루션업체인 SAP 초청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글로벌 컨퍼런스에서도 나이키 커브형 경기회복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는 것.

TV 휴대폰 등에서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LG전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해외 금융권의 잠재 부실 우려가 남아 있어 장담하긴 어렵다"면서도 "세계 경제가 올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기에 접어들어 내년 하반기부터는 나이키 커브의 끝부분처럼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의 수요 확대가 작년 말과 올해 초의 급격한 재고 감축에 따른 일시적인 것인지 여부는 6월을 지나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의 경제분석팀 관계자도 "세계 경제 회복은 미국 상업은행 파산과 같은 특별한 악재가 나오지 않는 한 바닥을 다지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며 "연말께부터 경기 회복을 체감하는 상황이 전개되면 내년부터 나이키 커브와 같은 궤적을 그리는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나이키 커브론(論)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가 각종 지표상으로는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권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키형보다는 '더딘 U자형 회복'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