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프랑스 정부 초청으로 일주일간 파리 니스 등 주요 도시를 방문했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원자력과 그린(녹색)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을 살펴보는 일정이었으나 정작 기자는 프랑스 시장을 휩쓸고 있는 한국산 제품에 큰 감명을 받았다.

연간 80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 도시인 파리의 젊은이들은 삼성전자의 최신 휴대폰을 들고 있었고,휴양 도시인 니스의 호텔방에는 LG전자의 LCD TV가 보기좋게 자리잡고 있었다. 세계 각국의 진귀한 예술품을 모아놓은 루브르박물관에서 제공되는 박물관 소개 통역기 표면엔 KAL 로고가 선명하게 붙어 있었다. 한국 기업들은 세계인에게 한국을 알리고 있었다.

EU(유럽연합) 중심 국가인 프랑스에서 만난 정부 관료나 기업인들은 '한국산'을 '일본산'과 대등하게 평가했다. 다비드 아피아 투자진흥청장은 "삼성전자 휴대폰이 지난해 프랑스 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며 "세계 수준에 올라선 한국 기업들이 프랑스에 적극 투자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선진국 고위 관료로부터 '덕담'을 듣고나니 어깨가 으쓱해졌다.

기업의 브랜드파워는 국력의 상징이다. 글로벌 시장을 휩쓰는 우리 제품은 한국의 '품격'을 높여준다.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파워가 강해지면 덩달아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고,한국산 제품 가격도 높아진다. 삼성 현대의 브랜드파워가 커지면서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이들 회사 제품은 일본산과 비슷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브랜드파워는 높이기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 실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브랜드파워는 힘을 잃게 된다. 일본의 대표 브랜드가 '소니'에서 '닌텐도'로 바뀐 것이 이를 보여준다. 1980년대 일본의 자존심이던 '소니'를 대표 브랜드로 자랑하는 일본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소니의 실적이 죽을 쓰고 있는 반면 닌텐도가 고성장을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결산에서 사상 최대인 2600억엔(약 3조5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닌텐도는 매년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중이다. 미국의 대표 브랜드 제너널모터스(GM) 역시 실적이 나빠지면서 옛 명성을 잃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한국경제도 직격탄을 맞아 수많은 기업들이 구조 조정과 비용절감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이런 불황 속에서 '브랜드'는 진가를 발휘한다. 소비자들은 가장 선호하고 신뢰하는 브랜드만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2009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은 브랜드에 대한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문제점을 발견하고,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국경의 의미가 없어진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구축,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를 유지하는 길이야말로 기업들의 생존 비결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