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3월 한 달간 지수가 21.6% 뛰는 등 연초에 비해 46% 올랐다. 전 세계 증시 중 제일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발광다이오드,원자력 관련 테마주들이 대표우량지수인 스타지수의 상승폭을 뛰어 넘으며 선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장과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코스닥지수가 경기 회복의 선도지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섣부른 낙관론은 위험하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실물경제가 불황의 터널에 갇혀 있다.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주식의 수요 공급에 좌우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실적에 의존한다. 이와 관련해서 국내 경제의 경우 거시경제지표가 회복이 안 됐고 해외시장에 드리운 먹구름도 걷히지 않았다. 지수의 가파른 상승세는 대규모의 유동성 자금이 유입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코스닥시장은 주가의 급등락으로 많은 투자자들에게 아픈 추억을 안겨준 적이 있다.

둘째,코스닥시장에 대한 신뢰성이 낮다.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 관리종목이 107개사에 달한다. 최근 거래소는 상장 폐지 13개사 · 폐지 우려 18개사를 공시했다. 주력사업이 없고 신규사업 정관변경이 잦다는 이유에서다. 또 재무구조가 부실하고 회사대표가 자주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부실종목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셋째,시장규모가 작다. 코스닥이 벤치마크한 미국의 나스닥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으로 성장했다. 반면 코스닥은 코스피시장에 비해서 시가총액은 10분의 1,거래대금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상장회사 수만 1040개사로 766개사의 코스피시장을 능가했을 뿐 거의 모든 면에서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번 코스닥의 상승세를 양적인 팽창뿐 아니라 질적인 성숙을 도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몇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시장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기업공시제도를 제대로 실시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소규모기업에 기업공시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하지만 기업공시는 증권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의 원천이다.

퇴출제도 강화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거래호가가 상당 기간 일정 금액에 못 미칠 때는 퇴출시키는 미국의 나스닥을 참조할 만하다. 시장감시강화 조치를 보완해야 한다. 적시에 감시체제를 가동해 건전한 상승세를 꺾지 않으면서도 자기 파괴적인 비이성적 과열 (Irrational Exuberance)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와 함께 시장 메커니즘도 잘 이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05년 출범한 프리보드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고위험 고수익의 엔젤 투자 시장인 프리보드 시장은 코스닥에 상장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제3시장이다. 코스닥에서 퇴출된 주식이 다시 상장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재상장을 도모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의 장소이기도 하다. 자금에 목마른 벤처 기업에 자금을 제공해주고 코스닥의 신뢰도를 높여줄 뿐 아니라 유동 자금을 부동산 투기와 같은 비생산적인 투자처가 아닌 증권시장으로 유입시키는 일석삼조의 역할을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장육성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는 헤아릴 수 없다. 2002년 코스닥시장과 유사한 일본의 나스닥 재팬과 독일의 노이에르 마르크트가 문을 닫았다. 영국의 에임(AIM)도 고전 중이어서 지난해 상장 기업의 15%가 떠났다. 그러나 어렵다고 시장개혁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번 코스닥 랠리를 시장 체질을 튼튼히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프리보드를 활성화하고 시장 보호 장치를 만들어서 일본,중국과 차별성을 갖는 특화된 금융시장으로 발전을 모색하는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