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부상열차는 자력을 이용해 선로에서 수㎜가량 뜬 상태에서 움직이는 미래형 교통수단이다. 동체가 선로와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 달릴 수 있어 진동이나 소음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이 같은 특성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 LCD(액정표시장치) 공정이나 고속회전용 베어링 등의 분야에 응용되는 등 자기부상 기술의 적용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지금까지 반도체 및 LCD 공정에서 주로 사용되던 접촉식 이송장비의 경우 소음과 진동,분진 등의 문제와 함께 속도가 느려 생산효율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김종문 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개발한 '자기부상 LCD 공정 수직형 엘리베이터'는 자기부상 기술을 이용해 LCD유리판 등을 상하로 운반할 수 있는 장비다.

엘리베이터의 각 면에 2개씩 총 8개의 전자석이 달려 있어 가이드레일과 엘리베이터 사이 간격을 항상 5㎜로 유지시킨다. 바퀴(롤러)가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기존의 접촉식 가이드 롤러를 사용하지 않아 윤활유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분진 발생도 최소화할 수 있다.

LCD나 반도체는 먼지 등에 민감한 만큼 불량률 감소 등 품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또 66~67dB의 소음을 60dB 이하로 줄였고 분당 80m였던 이송 속도도 분당 150m로 향상됐다.

전기연은 공장의 천장이나 바닥에 자기부상 레일을 설치해 물류를 수평 방향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반도체 공정 물류 이송 시스템 적용기술'도 개발했다. 반도체 공정에서 수직형 엘리베이터와 함께 사용할 경우 자기부상 방식으로 반도체 웨이퍼 등의 물류를 상하좌우로 운반할 수 있다.

이기창 선임연구원은 "자기부상 방식의 물류이송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이송 속도를 기존보다 두 배가량 높여도 진동,분진,소음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라며 "이는 클린룸 내부의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인 만큼 업계의 관심이 높다"고 강조했다.

'고속회전기용 자기베어링'은 수만 rpm급의 초고속 발전기 등에 적용되는 자기부상 기술.자석의 흡입력을 이용해 베어링이 틀과 0.5㎜ 정도 떨어진 상태로 공중에 떠있게 한다. 회전시 마찰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초고속 회전이 가능하며 마모,소음,진동 등이 없다. 상하좌우에 부착된 4개의 센서가 베어링과 틀 사이 간격을 감지하며 간격의 변화에 따라 전류의 세기를 조절해 베어링이 제 위치를 유지하게 한다.

이 같은 자기부상장치들은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실제 공정에 적용하려면 원활한 전력공급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전기연은 비접촉전원공급장치를 개발해 이 같은 문제도 해결했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물리적인 접촉 없이 수십㎾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전선 없는 자기부상공정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이 선임연구원은 "자기부상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높은 설치 비용과 열차에만 적용된다는 선입관으로 아직까지 응용기술이 많이 개발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하지만 자기부상 시스템이 갖고 있는 무마찰,무소음,무진동의 특성이 우수한 만큼 국내 첨단 전기전자 제조 공정에 도입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