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직업이 뭐냐고 묻지 마세요…그때그때 업무만 있을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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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21세기식 일하기
일은 돈버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즐거운 '삶의 목적'
한 분야 전문가 보다 협업·인맥 뛰어난 인재가 대접
일은 돈버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즐거운 '삶의 목적'
한 분야 전문가 보다 협업·인맥 뛰어난 인재가 대접
전자업종 대기업에서 17년째 일하고 있는 김 모 부장은 사무실을 둘러볼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공채를 통해 뽑은 직원들의 숫자가 절반을 밑돈 것은 벌써 오래된 얘기다. 다양한 배경의 경력사원들이 입사와 퇴사를 반복한다.
다른 명함을 쓰는 동료도 생겼다. 사무실 한켠을 지난달부터 같이 일하게 된 컨설팅업체 직원들이 점령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프로젝트가 바뀌면 또 다른 외부 조직 직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외국인 직원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오전 9시 회사에 나와 오후 6시에 집으로 돌아가는 규칙도 사라졌다. 승진의 룰도 바뀌었다. 여러 부서를 거쳐 이렇다 할 전문 분야가 없는 사람들이 먼저 임원을 단다. 회사 외부에서 사업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빌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전문성 못지 않게 협업능력이나 인맥을 중시하게 됐다는 게 인사팀의 설명이다.
◆'직업'이란 단어를 폐기하라
오랜 기간 기업에서 일해온 직원 중 상당수가 김 부장과 비슷한 혼란상태에 빠져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모니터그룹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 '21세기식 일하기:고정관념을 버려라'를 통해 앞으로는 '직업(job)'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배운 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평생 한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만큼 '직업'보다는 '업무(work)'라는 말을 써야 한다는 게 모니터그룹의 주장이다.
◆퇴직은 '필수' 아닌 '선택'
인구의 변화추이 그래프에서도 미래의 직장생활을 엿볼 수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저출산현상을 고민하고 있다. 뚝 떨어진 출산율은 기업 경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자국에서 유능한 인재를 구하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모니터그룹은 미래의 기업들이 유능한 은퇴자를 붙잡아 두는 방법으로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은퇴자 입장에서는 정년퇴직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는 것이다.
인재를 수입하려는 선진국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개발도상국 간의 알력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니터그룹 관계자는 "미국으로 인재가 집중되는 현상이 점차적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도전적인 성향의 인재들은 오히려 중국 등 신흥 경제대국을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과 삶은 하나로 통합
직장인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적인 정답은 '돈을 벌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가급적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 취미생활에도 더 몰두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일터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일은 싫지만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대전제는 지난 20년간 유효했다. 기업들도 이 같은 대전제를 고려해 직원의 '일과 삶의 균형'을 도모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직원들을 달래왔다.
모니터그룹은 '직원들에게 충성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휴가를 줘야 한다는 공식'이 차츰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979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는 금전적 보상이 아닌 보람과 성취를 기준으로 직장을 선택한다. 모니터그룹 관계자는 "일과 삶의 균형보다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를 희망하는 인재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기업도 직원들이 일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보람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연한 제너럴리스트 시대
미래에는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 네트워크를 갖춘 '마당발'형 인재가 더 대접받을 가능성이 높다. 외부 조직과의 협업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평가 기준은 기업시스템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과 네트워크를 형성,관리하는 능력이다.
모니터그룹은 앞으로의 서비스산업은 '경험산업'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무리 좋은 머리 깎는 기계가 나온다 하더라도 친절한 단골 이발사를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모니터그룹 관계자는 "미래에는 '즐거운 경험'을 파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서비스 분야 종사자들이 살아남으려면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는지 여부부터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다른 명함을 쓰는 동료도 생겼다. 사무실 한켠을 지난달부터 같이 일하게 된 컨설팅업체 직원들이 점령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프로젝트가 바뀌면 또 다른 외부 조직 직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외국인 직원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오전 9시 회사에 나와 오후 6시에 집으로 돌아가는 규칙도 사라졌다. 승진의 룰도 바뀌었다. 여러 부서를 거쳐 이렇다 할 전문 분야가 없는 사람들이 먼저 임원을 단다. 회사 외부에서 사업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빌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전문성 못지 않게 협업능력이나 인맥을 중시하게 됐다는 게 인사팀의 설명이다.
◆'직업'이란 단어를 폐기하라
오랜 기간 기업에서 일해온 직원 중 상당수가 김 부장과 비슷한 혼란상태에 빠져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모니터그룹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 '21세기식 일하기:고정관념을 버려라'를 통해 앞으로는 '직업(job)'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배운 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평생 한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만큼 '직업'보다는 '업무(work)'라는 말을 써야 한다는 게 모니터그룹의 주장이다.
◆퇴직은 '필수' 아닌 '선택'
인구의 변화추이 그래프에서도 미래의 직장생활을 엿볼 수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저출산현상을 고민하고 있다. 뚝 떨어진 출산율은 기업 경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자국에서 유능한 인재를 구하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모니터그룹은 미래의 기업들이 유능한 은퇴자를 붙잡아 두는 방법으로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은퇴자 입장에서는 정년퇴직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는 것이다.
인재를 수입하려는 선진국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개발도상국 간의 알력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니터그룹 관계자는 "미국으로 인재가 집중되는 현상이 점차적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도전적인 성향의 인재들은 오히려 중국 등 신흥 경제대국을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과 삶은 하나로 통합
직장인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적인 정답은 '돈을 벌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가급적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 취미생활에도 더 몰두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일터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일은 싫지만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대전제는 지난 20년간 유효했다. 기업들도 이 같은 대전제를 고려해 직원의 '일과 삶의 균형'을 도모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직원들을 달래왔다.
모니터그룹은 '직원들에게 충성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휴가를 줘야 한다는 공식'이 차츰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979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는 금전적 보상이 아닌 보람과 성취를 기준으로 직장을 선택한다. 모니터그룹 관계자는 "일과 삶의 균형보다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를 희망하는 인재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기업도 직원들이 일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보람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연한 제너럴리스트 시대
미래에는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 네트워크를 갖춘 '마당발'형 인재가 더 대접받을 가능성이 높다. 외부 조직과의 협업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평가 기준은 기업시스템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과 네트워크를 형성,관리하는 능력이다.
모니터그룹은 앞으로의 서비스산업은 '경험산업'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무리 좋은 머리 깎는 기계가 나온다 하더라도 친절한 단골 이발사를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모니터그룹 관계자는 "미래에는 '즐거운 경험'을 파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서비스 분야 종사자들이 살아남으려면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는지 여부부터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