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개성접촉' 초반 氣싸움…난항 거듭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21일 개성공단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당국 간 접촉은 예상대로 난항의 연속이었다.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이뤄진 이날 회동은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김영탁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과 김남식 남북회담본부 회담기획부장,김기웅 개성공단사업지원단 지원총괄팀장 등 정부 당국자 6명과 문무홍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7명으로 구성된 우리 대표단은 오전 9시2분께 북측 개성공단에 도착했다. 곧바로 북측과 연락관 접촉을 갖고 사전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북측은 처음부터 우리 측 참석자 수가 많다고 문제를 삼았다. 회동 장소를 놓고도 북측은 남측 기구인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아닌 북측 개성공단 관리 당국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서 할 것을 고집했다. 초반부터 심한 기싸움을 벌인 것이다. 장소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은 우리 측은 현안 논의에 방점을 둔 반면 북측은 일방 통보에 무게를 실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제를 놓고도 이견이 컸다. 우리 대표단은 실무접촉에서 지난달 30일부터 현재까지 북측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처리 문제를 놓고 남북 간 실질적 협의를 하자는 입장 아래 북측 대표단 명단을 알려줄 것과 의제를 사전 조율할 것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북측은 오후까지 북측 참석자 명단을 우리 측에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양측은 오후 늦게까지 연락관 접촉을 가졌을 뿐 본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호년 대변인은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만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너무 많은 (남측) 인원이 와 접촉할 구성원을 놓고 항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북 양측은 현지에서 따로 오찬을 하고 오후 늦게까지 조율작업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이미 밝힌 대로 '개성공단 관련 사안'에 대한 일방적인 통보를 남측이 이미 실무자 접촉을 통해 확인한 상태에서 이를 통보가 아닌 협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북측을 설득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연락관 접촉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함에 따라 남북 간 접촉이 순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대표단은 당초 북에 올라갈 때 오후 5시에 내려오는 것으로 출입계획을 보냈었다"고 말했다.

파주=장성호/구동회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