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어제 발표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글로벌 신용 경색이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에서는 이 여파로 올해 민간 자본이 순유출되고 향후 수년간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한마디로 글로벌 신용경색이 '깊고,길게'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로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기바닥론에 찬물을 끼얹을 만한 내용이다. 이는 IMF가 우리나라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곧 큰 폭으로 하향조정할 것이라는 예상에 이어 나온 것으로 주목(注目)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과잉유동성' 발언으로 800조원에 육박하는 시중 부동자금을 과연 과잉유동성으로 봐야 하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지나치게 많은 돈이 풀려 있어 자산가격 상승을 시작으로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과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과잉유동성은 어불성설이라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한다.

과잉유동성이라는 말은 통화량이 너무 많아 경기 과열 우려가 있을 때 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비교적 단기간내에 금리를 큰 폭으로 내렸고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시중에 돈을 적극적으로 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우리 경제 어디에서도 과열 양상을 보이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주가가 지난해 저점 대비 40%가량 올랐지만 고점 대비로는 여전히 30% 이상 하락한 상태고 부동산 역시 최근 반등하고 있으나 고점에 비해 10% 정도 낮은 가격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IMF마저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를 예상하고 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과잉유동성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며 경기에 대한 섣부른 낙관도 금물(禁物)이라는 게 우리 생각이다. 오히려 지금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미국에서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려 수요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지금 과잉 유동성을 걱정할 때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