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환율·품질 '高高 효과'…전사업 흑자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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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이익 4556억…매출 12조8500억 '선방'
외화부채 평가손실 늘어 당기순이익은 적자
외화부채 평가손실 늘어 당기순이익은 적자
LG전자가 1분기 중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12조8530억원의 매출(글로벌 연결 기준)과 45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전자산업의 본격 회복국면 진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깜짝 실적의 원동력은 상당부분 원화 약세에 따른 '역(逆)샌드위치 효과'에 의한 것이어서 본격 회복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화를 기준으로 한 이 회사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6% 증가했지만 달러 기준 매출은 오히려 20%가량 줄었다. 동유럽,미국,브라질 등이 특히 타격이 컸다.
회사 관계자는 "원 · 달러 환율 1100원을 기준으로 실적을 계산하면 50%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한다"며 "전 사업영역에서 고루 환율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1259원이었던 원 · 달러 환율은 3월 말 1377원까지 올랐다.
◆휴대폰이 '깜짝실적' 견인
완제품이 중심인 포트폴리오의 덕도 봤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 패널 등 부품 분야는 지난 1분기 업황 악화로 환율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며 "부품 사업을 하지 않는 LG전자가 사업 구색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연간 3조원'을 목표로 올해 초 시작된 전사적 비용절감 캠페인도 영업이익을 늘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제품별로는 휴대폰이 실적 개선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2626억원을 휴대폰 사업을 하는 MC사업본부가 올렸다. 휴대폰 영업이익률도 6.7%로 전분기의 5.2%보다 1.5%포인트 개선됐다. 1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2260만대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전 분기(2570만대)와 지난해 같은 기간(2440만대)보다 소폭 감소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명호 MC사업본부 상무는 "4월 휴대폰 판매 상황,글로벌 유통업체들의 선(先) 주문 수량 등을 감안할 때 2분기 휴대폰 판매량이 1분기보다 10%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 가전도 흑자전환
휴대폰을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도 고루 이익이 났다. 디스플레이를 맡고 있는 HE사업본부는 14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 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LCD(액정표시장치)와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V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40% 늘어나면서 PDP 모듈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는 데 성공했다.
정도현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는 LCD 패널만으로는 공급이 달려 대만 업체들로부터 들여오는 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PDP모듈 사업 철수 문제와 관련해서는 "3월 들어 적자폭이 줄어들었다"며 "최소한의 금액만 PDP 모듈에 투자하며 사업성이 있는지 여부를 좀 더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도 10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로 반전했다. 올해 신설돼 처음으로 실적을 발표한 AC사업본부와 BS사업본부는 각각 608억원과 2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 사업본부는 각각 시스템 에어컨과 B2B(기업간 거래)를 담당한다.
◆외화 환산손 급증,당기순익은 적자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에도 불구,경상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436억원과 1976억원의 적자를 냈다. 기말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환관련 손실(3155억원)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연말에 비해 원 · 달러 환율이 9.5% 오르면서 15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달러 채권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실제로 실현된 이익이지만 외환관련 손실은 환율이 떨어지면 사라지는 장부상의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 현금 유동성은 세계 경제가 악화될 가능성을 감안해 지금보다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