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

고(故)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 ‘귀천(歸天)은 이렇게 시작한다. 유한한 생명이 그 소임을 다하고 영원한 우주로 돌아가는 섭리를 별빛 같은 시어에 담았다. 쉬운 싯구에 스며든 무거운 진리. 천 시인의 ‘귀천’은 역설적으로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정갈한 화두였다.

서울 노원구가 ‘시인 천상병 공원’을 완공, 24일 개장한다. 공원 위치는 수락산 입구 상계동 996번지 일대. 면적은 480㎡(145평)으로 아담하다.

9개월 여의 공사기간을 거친 공원에는 아이들과 함께 노는 시인의 모습을 표현한 1.4m 높이의 청동상을 비롯해 시 낭송 무대로 이용될 정자 ‘귀천정(歸天停)’과 ‘귀천’을 새긴 석재 시비(詩碑) 및 육필 원고를 새긴 의자 등이 배치됐다.

노원구는 또 천 시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진달래 앵두나무 홍도화 매화 장미 등을 공원 곳곳에 심어 그의 작품 세계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도록 꾸몄다.

24일 열리는 개막 행사에서는 천 시인의 청동상 제막식과 ‘귀천정’ 현판식 외에 한국문인협회 노원문인협회의 시 낭송회와 시화전이 펼쳐진다.

이와 함께 천 시인의 안경과 찻잔 육필 원고 등 유품 41종 203점을 타임캡슐에 담아 묻는 행사도 열린다. 이 타임캡슐은 시인 탄생 200주년이 되는 2130년 1월29일 개봉된다.

천 시인은 1982년부터 1990년까지 수락산에서 조금 떨어진 노원구 상계동의 단독 주택에 살면서 산문집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와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