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 소위에서 최근 확정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에 대해 정무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조사권을 둘러싼 상임위 간 신경전이 당내 논쟁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은 22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전날 재정위 소위에서 한국은행에 금융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이 처리됐다"며 "정무위가 송부한 반대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 정무위원장이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무위는 소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갖고 있는 금융 조사 권한을 한은에도 부여하면 기능 중복과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한은법 개정에 반대해왔다.

정무위 소속인 고승덕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융 조사권 문제는 한은뿐만 아니라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며 "이번 한은법이 통과되면 향후 조정 과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태 의원은 "최근 정책위 차원에서 한은법을 신중히 처리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정협의를 어떻게 했길래 정무위 의견이 완전히 무시됐는지 답답하다"고 밝혔다.

정무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한은법이 오늘 재정위 전체회의를 통과할 경우 당 지도부에 이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은 "본회의로 가기 전에 당내 토론을 거쳐야 한다"며 "필요하면 재정위와 정무위의 합동 공청회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정무위에서는 여야 없이 재정위의 일방적인 한은법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며 "한은법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면 부처와 기능 중복이 이뤄지지 않는 선에서 절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중앙은행제도 개편은 100~200년을 가져갈 정도로 심층있는 논의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며 "뒤로 미뤄서 특별팀을 만드는 등 심층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유미/박신영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