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ADVERTISEMENT

    [책마을] 명령은 필요없다…틀린 선택 할때마다 쿡쿡 찔러주면 될 뿐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넛지(nudge)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지음|안진환 옮김|리더스북|426쪽|1만5500원
    정통 경제학은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의 합리적 행동을 전제로 한다. 합리적인 경제 주체와 '보이지 않는 손'이 주재하는 조화로운 시장,이 두 개의 기둥으로 이뤄진 고전적 완미(完美)의 세계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세계가 깨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을 버렸고,그 빈 자리를 정부와 세금이 대신하고 있다.

    합리적일 것 같은 인간은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며,결과가 뻔한데도 어리석은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인간 행동의 비합리성을 최근에야 발견한 공로는 행동경제학에 있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이 인간 우행(愚行)의 수많은 사례를 찾아 내고 기록함으로써 우리의 진짜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만으로 끝나면 뭔가 아쉽다. 이런 문제 많은 인간의 행동과 의사 결정을 어떻게든 합리적으로 이끌 방법은 없을까?

    《넛지》는 여기에 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행동경제학의 신조에 따르면 인간의 선택은 그 가짓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합리성을 기대할 수 없다. 인간의 선택과 결정이란 체계적으로 안 맞게 돼 있고,유혹에 약하며,집단 동조 현상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해법은 무엇인가? 인간이 행동하는 기본틀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가령 바람직한 선택 대상은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하고,반대의 것은 구석에 처박아 둔다. 사람들은 눈에 잘 띄는 '바람직한 것'을 선택할 확률이 훨씬 높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학생들의 비만을 걱정하는 학교 구내 식당의 경우 당장 배식 진열을 바꾸기만 해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인간의 선택과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을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것을 '넛지(nudge)'라는 용어로 단순화하고 있다. '팔꿈치로 쿡쿡 찔러 주의를 주듯' 바람직한 선택을 유도한다는 의미에서다.

    어떻게 보면 행동 주체들이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선택하도록 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한다. 자유주의와 개입주의는 상반된 개념이지만 저자들은 전혀 강제나 명령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주의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학교 구내 식당에서)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다. 그러나 정크 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

    분노에 가득 찬 이메일을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보낸 다음 후회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간단한 넛지의 예.센드 버튼을 누르기 전에 다음과 같은 경고 메시지가 뜬다. "이 메일은 무례한 내용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말 이 메일을 전송하시겠습니까?" 또는 "이 메일은 무례합니다. 24시간 후에 전송 입력을 다시 해야만 전송할 수 있습니다. "

    이렇게 이메일 시스템을 간단히 업그레이드하기만 해도 세상은 훨씬 평화로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쓴 이메일의 내용을 누가 무례하다고 판단할 것이며,어떤 가치가 바람직한지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를 은근히 '넛지'하는 사람을 저자는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라고 부르는데,그가 빅 브러더 같은 괴물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완전하지 않은 개인을 전제로 한 자유주의'(최정규 경북대 교수)라는 모순이 여전히 남는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국경 넘는 명작들…"페르메이르·라파엘로가 움직인다"

      올해 세계 곳곳에서 열릴 ‘블록버스터급 전시’들을 위해 거물급 작품들이 대거 국경을 넘는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리는 라파엘로의 대형 전시, 휴스턴미술관과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열리는 프리다 칼로의 전시가 대표적이다. 서양미술사에서 손꼽는 걸작 중 하나인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올 여름 일본 오사카에 오게 돼 눈길을 끈다. ◇ 미술관들, ‘핫’한 전시로 뭉쳤다아트뉴스페이퍼 등 주요 미술 매체들이 가장 주목하는 올해 전시는 8월 21일부터 9월 27일까지 일본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에서 열리는 페르메이르 특별전이다. 네덜란드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페르메이르의 대표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2014년 이후 12년만에 네덜란드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전세계 관람객들이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을 방문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기 때문에,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다른 기관에 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전시는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과 아사히신문사, 아사히방송TV 등이 공동 주최한다.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이 여름철 시설 보수 공사로 휴관하는 시기에 맞춰 작품 대여가 이뤄졌다. 전시 세부 구성은 오는 2월 공개될 예정으로, 페르메이르를 비롯해 마우리츠하이스 소장 명작들이 함께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미국에서는 3월 29일부터 6월 28일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라파엘로 특별전 ‘라파엘로: 숭고한 시(Raphael: Sublime Poetry)’가 열린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

    2. 2

      "영국이 낳은 명지휘자"…가드너, 22년 만에 내한

      영국이 낳은 저명한 지휘자, 존 엘리엇 가드너(82·사진)가 22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2023년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서 지휘를 맡았던 이다. 그가 오는 3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컨스텔레이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을 이끈다. 컨스텔레이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는 가드너가 2024년 8월 창단한 음악 단체. 가드너는 2023년 오페라 공연 도중 성악가를 폭행해 논란을 빚은 이후 한동안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가드너는 ‘고(古)음악’ 전문가다. 1964년 바로크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몬테베르디 합창단을 창단했고, 1978년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를 만들어서 이끌었다. 1990년엔 영국 지휘관 훈장(CBE)을 받았다. 그가 도이치그라모폰(DG), 데카 등 굴지의 레이블을 통해 남긴 음반만 250장이 넘는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 권위의 그래미상을 두 차례 품에 안은 지휘자이기도 하다.가드너는 2023년 8월 프랑스 베를리오즈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트로이 사람들’을 공연하는 도중, 잘못된 방향으로 퇴장한 베이스 윌리엄 토머스를 무대 뒤에서 폭행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가드너는 과오를 인정하고, 자신이 창단한 합창단과 악단 세 곳에서 모두 사퇴했다. 폭행은 잘못된 행위지만 60년 넘게 쌓아온 그의 음악적 성과는 따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영국 음악계도 ‘예술적 성취는 인정하되, 도덕적 감시는 계속한다’는 입장으로 가고 있다.가드너가 재기를 위해 재작년 설립한 음악 단체가 바로 컨스텔레이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다. 가드너는 과거의 일탈 행위를 반성하듯, 새 단체엔 다양성, 포용, 상호 존중, 차별 금지 등을 내세운 규약을 명시하고 있

    3. 3

      이상문학상 대상 '눈과 돌멩이'…"불안 견디는 힘을 품은 소설"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위수정의 단편소설 <눈과 돌멩이>가 선정됐다.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다산북스는 27일 서울 정동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상 수상작과 선정 배경을 발표했다.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다.대상작 <눈과 돌멩이>는 20년 가까이 느슨하면서도 각별한 우정을 나눈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다. 암 투병 중 스스로 생을 마감한 친구 ‘수진’이 남긴 유골을 들고, 남겨진 친구 ‘유미’와 ‘재한’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담았다. 죽은 이가 생전에 설계한 여행지를 산 자들이 따라가며 고인의 참모습과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내용이다. 설원이라는 배경 위에 켜켜이 쌓이는 침묵과 상실의 정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책임과 기억의 무게를 차분히 반추하게 만든다.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이 지닌 ‘모호함’의 미학에 주목했다.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설경 속 고도로 정교하게 감추어진 삶의 모호함이 백미”라며 “결코 인물과 줄거리로만 환원될 수 없는 훌륭한 단편”이라고 평했다. 김경욱 소설가 역시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하며, 불안 속에서 불안을 견디는 힘을 품은 소설”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요하게 내려앉는 ‘눈’과 모든 것을 부술 듯한 강한 성질의 ‘돌멩이’라는 이질적인 이미지를 대비시키면서도 겹쳐 놓는 방식이 인물들의 감정적 변곡점을 자연스럽게 끌어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위수정 작가는 이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