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하청업체로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동성중공업'이란 브랜드를 단 철도차량을 세계시장에 팔아야 한다. "

김규동 대표가 80여명의 직원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회사 비전이다. 부친이 피땀으로 일군 사업을 물려받은 그에게 남겨진 숙제이기도 하다.

2007년 6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이달 초 회사 이름을 동성중공업으로 바꿨다. 철도차량 차체 관련 부품제조 업체가 아니라 완성차 업체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3월에는 기술연구소도 설립했다. 30여년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철도차량 차체 등 하드웨어 기술력은 뒤처질 게 없지만,철도차량의 인테리어와 전기부품 등 전장품 제조기술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김인식 회장의 1남2녀 중 장남인 김 대표는 철이 들면서부터 가업을 물려받기로 결심했다. 경상대에서 경영학과를 전공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부친은 아들의 사업 참여를 처음에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김 회장은 "지난 30년을 돌이켜 보면 물불을 겁내지 않고 지낸 세월이었다. 내 대에서 사업을 접고,자식에게는 이 고생 시키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수백번도 넘게 했다. 그래서 아들이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장교가 되거나,평범한 직장인이 되길 원했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회사 아르바이트를 자처하는 등 부친의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1996년 군을 제대한 후 평사원으로 입사해 화장실 청소 등을 군말없이 하는 아들을 묵묵히 지켜보던 김 회장은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회사에 들어온 이후 주먹구구식 경영도 틀이 잡혀 갔다. 회사의 전산화를 비롯해 업무 안전 등 직원교육을 정례화하고,직원 결혼기념일 사내 이벤트 등 소소한 사회복지 제도를 도입했다.

김 대표에 대한 신뢰가 쌓이자 김 회장은 혹독한 경영수업을 시켰다. 김 회장이 최우선으로 꼽은 것은 현장교육.김 회장은 "생산현장을 모르는 2세 경영자는 예외없이 망한다"며 김 대표를 공장에 투입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한 김 대표의 경영수업은 만 12년이 걸렸다.

김 회장은 2007년 아들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주고,경영 전권을 맡겼다. 이때부터 회사는 큰 변화를 시작한다. 그는 돈 되는 사업은 뭐든지 했던 부친의 경영 방식과 달리 용접 판금 절삭 등 임가공 형태의 다른 사업들은 순차적으로 접고 철도차량에만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