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교 "커닝, 꿈도 꾸지마!"
서울 오금동 보인고등학교는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최근 '부정행위 방지용 OMR 카드'를 처음 도입했다. 이 카드는 수험생이 다른 학생의 답안지를 훔쳐 볼 수 없도록 제작된 것으로 컴퓨터의 보안필름처럼 정면이 아닌 다른 각도로 보았을 경우 답안지 표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김종환 보인고 교무부장은 "커닝을 막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23일 일선학교에 따르면 중간고사를 일주일여 앞둔 최근 학생들의 시험 부정행위를 막으려는 각급 학교들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시교육청이 내신성적을 둘러싼 비리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올 1학기 중간고사부터 한 교실에 가급적 2명 이상의 감독을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힌 후 실제 각급 학교 감독체계가 매우 엄격해지고 있다.

부정방지 OMR카드는 지난해 처음 도입된 이후 각급 학교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 카드를 작년 특허출원했던 비엘소프트 최성국 부장은 "올 들어 OMR 카드를 주문하는 학교 두 곳 중 하나는 이 카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맘 때 이 회사의 부정방지용 카드 주문량은 2400만장으로 전체 OMR카드 주문량의 40%를 차지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판매한 7000만장의 카드 중 60%인 4200만여장이 이 특수 카드.부정행위 방지용 OMR 카드가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더 팔린 것이다.

교사 숫자가 모자라 시험 감독관을 교실당 2명씩 배치하기 어려운 학교들은 학부모들을 감독관으로 초청키로 했다. 서울시 월계동 녹천중학교는 다음 주 중간고사를 앞두고 21명의 학부모들을 감독관으로 초빙했다. 이 학교 이함재 교감은 "올초 학부모들에게 중간고사를 감독해 달라는 요청을 해 자원한 학부모들을 다음 주 실시되는 시험에 부감독관으로 초빙했다"고 말했다.

한 교실에서 서로 다른 학년의 학생들이 섞여 시험을 치르도록 한 곳도 많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는 1학년 1반 36명 중 18명은 2학년 1반으로,2학년 1반에서 18명은 3학년 1반으로,3학년 1반의 18명은 다시 1학년 1반으로 보내 같은 교실에서 다른 학년의 학생들이 시험을 치게 한다. 이 학교 관계자는 "시험 내용이 아예 달라 커닝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 · 후배 사이라 커닝을 견제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년별 · 과목별로 다양한 색깔의 답안회수용 봉투를 사용해 사고를 예방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국제고는 29일까지 1학기 중간고사를 무감독시험으로 치르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병호 교장은 "무감독 시험을 통해 학생들은 정직과 신뢰의 기본 인성을 배우고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을 함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