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금융안정 책임과 함께 금융회사에 대한 직접조사권을 주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전체회의 의결에선 일단 '주춤'했다. 전날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목소리로 "전체적인 금융 감독 시스템 개편과 함께 가야 한다"며 신중론을 편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재정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한은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위원들 간 토론을 진행했다. 윤 장관과 이성태 한은 총재도 출석시켜 중앙은행 운영 제도에 관해 묻고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재정위는 최종 결론을 내지 않고 의결을 다음 회의로 미루기로 여야 간사 간 의견이 모아졌다.

재정위에서 논의된 한은법 개정안은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을 추려내 하나의 안으로 만들어 전체회의에 올린 것이다. 이런 식으로 소위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올라오면 대체로 통과되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재정위가 이날 한 박자 쉬었다 가기로 한 것은 상임위 차원의 합의는 어렵지 않더라도 최종 본회의 통과라는 결승선을 넘기까지 숱한 '태클'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정무위원회가 여야 의원 한목소리로 재정위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반대 기류가 전해지고 있다. 윤 장관은 이날 재정위에서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금융감독 시스템을 흔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금융 안정이라는 게 한은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