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구미공단 가보니] "산업단지에 봄바람 불지만 경기 풀렸는지는 2분기 지나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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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공, 2월 가동률 77.2%…6개월만에 상승세로 반전
숨통트인 수출…내수는 '아직'
숨통트인 수출…내수는 '아직'
"이제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들어선 것 같지만 아직은 좀 더 관망해야 할 성싶습니다. "
경남 창원시 웅남동에 있는 자동화기기전문업체 A사에서 만난 이 모 대표는 향후 전망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 분기 평균 약 30억원 선을 기록했던 매출이 작년 4분기 20억원 미만으로 줄었다가 지난 1분기에는 다시 예년 추세로 돌아섰다"며 "매출의 50% 이상을 수출에서 올리는 특성상 원 · 달러 환율 상승으로 매출이 늘어나는 게 아닌가 보여 2분기를 지나봐야 경기가 풀렸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사장 박봉규)은 지난 2월 전국 국가 산업단지의 평균가동률이 1월보다 0.4%포인트 높아진 77.2%를 기록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떨어졌던 가동률이 처음으로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산단공 관계자는 "지난 1월 평균가동률은 외환위기 당시 가장 낮은 가동률인 76.6%와 큰 차이가 없는 76.8%였다"며 "생산과 수출 실적도 전월 대비 각각 평균 5.6%와 2.9%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일단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반적인 경기 회복 가능성을 놓고 긍정적인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수출과 내수 위주 기업 간에는 그 격차가 크다.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최근 들어 숨통이 좀 트였다는 입장이다. 경북 구미에 있는 무선통신기기 전문업체 U사는 지난해 매출이 예년 대비 40% 이상 급감, 12월부터 석 달간 직원들의 급여를 주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유럽과 일본에서의 주문이 예년에 비해 30%가량 늘면서 4월 월급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정도로 호전됐다.
박 모 대표는 "내수 시장은 아직도 어렵지만 대신 수출이 늘고 있어 큰 위기는 넘겼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닌 만큼 환율상승 효과가 가시기 전에 판매를 최대한 늘려 체력을 비축해 두려 한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 있는 플랜트설비 전문업체 S사의 김 모 전무는 "지난해 국내 플랜트 건설업체들의 주문이 줄어 내수물량이 30~40%가량 감소한 것을 수출 확대로 벌충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의 매출은 줄지 않았다"며 "원 · 달러 환율이 높아진 것을 기회 삼아 주로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는 데다 수출도 호조세를 보여 올해 연간 매출은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간 약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 회사의 경우 수출비중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매출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것을 위안삼고 있다. 내수 의존도가 전체 매출의 60% 이상으로 자동차 · 항공기 브레이크패드를 만드는 경남 창원의 E사는 지난해 키코(KIKO)로 약 20억원을 손해본 데다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주문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줄었지만 3월부터 주문량이 예년의 70~8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박 모 대표는 "다소간 경기 악화가 진정되는 기미가 보여 다행"이라며 "수출이 늘어나면서 더불어 내수 경기도 살아나기만을 기대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경범 산단공 동남지역본부장은 "과잉 유동성과 원화 약세에서 비롯된 수출 증가가 일시적 경기 호조를 보이는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로 봤을 때는 전반적으로 경기하락세가 서서히 끝나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규모가 있는 기업들의 수출이 꾸준히 늘어날 경우 2차,3차 소규모 벤더업체로 하청물량이 넘어가면서 내수 회복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